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은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는 것에 대해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민생 경제를 도외시한 야당의 무책임한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26일 밝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유감표명에 대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민생’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전날 여야 합의 불발로 국회 본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이같이 야당을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고용노동부 등 정부의 모든 관계 부처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생존의 위협을 받는 영세 기업들에 필요한 지원 조치를 강구하라”고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이다. 현재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 적용은 2년간 유예했지만 27일로 그 시한이 만료된다. 이에 여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추가 유예를 주장했고,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등 추가 안전 대책을 조건으로 내걸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50인 미만 기업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윤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민생 경제를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될 경우 특히 산업재해가 많은 건설 분야 중소기업들에 미칠 타격이 크다고 보고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역시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민생’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사용자의 입장만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여당의 중대재해법 개정안에 대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한 바 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으로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사업장 안전을 강화하느라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한다면서, 매년 수백 명씩 목숨을 잃는 노동자는 왜 걱정하지 않는가”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자 산재 예방을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면서 “무엇보다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어야 중소기업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망상은 한시바삐 버리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강력한 유감’이라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 생명을 지킬 의지가 없는 대통령, 강력히 유감이다. 대통령 자격 없다”고 맞받았다.
민주노총은 전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환영하는 논평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개악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며 “다행히 법은 개악 없이 확대 시행됐지만 시행 직전까지도 개악을 시도한 정부와 여당은 물론 합의와 절충을 운운하며 이에 동조한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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