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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배민, 플랫폼법 ‘지배적 사업자’서 빠진다…독과점 규제 구멍 뚫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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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배민, 플랫폼법 ‘지배적 사업자’서 빠진다…독과점 규제 구멍 뚫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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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쿠팡과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의 시장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배달의민족과 쿠팡 누리집 로고 갈무리

‘유통공룡’ 쿠팡과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의 시장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배달의민족과 쿠팡 누리집 로고 갈무리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에 따른 ‘지배적 사업자’ 지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가 각각의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나 해당 시장의 경쟁도가 높거나 다른 시장에 견줘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지정 대상은 극소수 플랫폼 기업으로 한정될 공산이 높다. 여기에는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하는 업계의 여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공정위의 핵심 당국자는 24일 한겨레에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이고 내부 논의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단 쿠팡과 배달의민족은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말 플랫폼법 제정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지배적 사업자의 범위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다. 플랫폼법은 공정위가 독과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한 뒤 이들의 갑질 등 독과점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사건 처리도 신속하게 한다는 게 뼈대다. 시장에선 쿠팡과 배민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왔다. 두 회사는 각각 온라인 유통시장과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1위 사업자다.



공정위가 쿠팡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지 않으려는 데는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시장 점유율이 20% 내외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독과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고, 해당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터라 고착화된 시장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봐서다. 네이버와 같은 국내 경쟁자의 존재 뿐만 아니라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규 업체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지 않는 배경은 다소 다르다. 배민은 배달 플랫폼 시장 점유율이 60%는 웃돌지만 매출·자산 규모가 압도적이지 않다는 데 공정위는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배민은 (다른 지배적 사업자 지정 대상에 견줘) 규모가 작다”라고 말했다. 배민의 연간 매출은 2조원(2022년 연결 기준) 정도로 지배적 사업자 지정이 확실시 되는 네이버의 매출액(약 8조원)에 크게 못미친다. 두 회사의 자산총액도 각각 1조5천억원, 33조원으로 차이가 크다. 같은 이유로 숙박 플랫폼 시장에서도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배적 사업자는 구글과 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극소수 업체만 지정될 공산이 크다. 공정위 쪽은 관계 부처 간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이르면 내달 중 지배적 사업자 범위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법안 추진 발표 한 달 만에 다시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최근 플랫폼 업체들을 중심으로 플랫폼법 제정 방침을 둘러싼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하고 플랫폼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악법”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이에 대해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중소플랫폼, 스타트업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건 가짜뉴스에 가깝다”며 “지배적 사업자의 반칙행위를 금지하면 역량을 갖춘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자유로워진다. 중소 플랫폼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고, 오히려 (플랫폼법을)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 처장은 “누구나 인정할만한 소수 플랫폼이 지정 대상”이라며 “글로벌 플랫폼 또는 지배력이 확실한 플랫폼만 지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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