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강화·전환가액 조정 제한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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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A사의 전 대표이사 B씨 등을 포함한 기업사냥꾼 5명은 대규모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나눠 보유하다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A사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퍼지면서 회사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일당은 보유하던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고점에서 주식을 매도, 450억 원대 부당 이득을 얻었다. 이후 회사가 사업 추진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CB 제도를 악용하는 불공정 사례와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공시를 강화하고 과도한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을 방지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게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23일 한국거래소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CB는 정해진 가격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중소·벤처기업 등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CB 발행사는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매수자에 콜옵션이나 리픽싱을 부여한다. 콜옵션이란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액으로 CB를 살 수 있는 권리이며, 리픽싱은 주가 하락 시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가액을 재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부 회사는 CB를 매입한 투자자나 대주주에게 유리하도록 전환가액을 대폭 낮추거나, 콜옵션을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들에게 양도해 이들이 최저가에 신주를 확보하도록 악용하고 있다. 전환가액 임의조정으로 일반 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되고, 콜옵션이 대주주의 편법적 지분 확대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앞으로 CB 발행 기업에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구체적인 행사자와 대가 수수 여부 및 지급 금액을 공시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발행회사의 만기 전 CB 취득에 대해서도 취득사유나 처리 방법에 대한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무분별한 전환가액 조정도 차단한다. 현재는 시가 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하면서, 경영정상화 등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한 예외 적용(70% 미만)을 허용한다. 하지만 불가피한 이유가 아닌데도 정관을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앞으로는 주총 동의를 구한 경우에만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제도개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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