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상 중단, 논의도 없어
중기업계 “전향적 검토 바란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25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낮다.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5개월째 계류 중인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본회의를 앞두고 24일 법사위가 개최되더라도, 개정안이 상정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대로면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도 법 적용 대상에 오른다. 산 업계에서는 중대재해 예방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처벌이 집중돼 폐업, 근로자 실직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의 협상은 한 달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조건 중 ▷정부의 공개 사과 ▷유예기간(2년) 동안 실시할 구체적인 계획 및 재정지원안을 담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중대재해 취업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유예기간 종료 뒤 시행을 약속하는 정부·경제단체의 성명도 발표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 지원 규모를 2조로 늘리고,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치를 요구했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사항들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며 “민주당의 요구는 법을 유예하게 될 경우 산업안전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또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는 정부·여당이 유예 이야기를 꺼낸 초창기부터 제시한 것”이라며 추가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정의당, 양대노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유예안을 반대했다.
정부는 관련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당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영세 중소기업의 여건이 열악해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재해 예방보다는 범법자만 양산해 기업의 존속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국회에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거듭 당부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협의회는 산안청 신설과 관련해서도 “정부 여당이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며 “핵심 기능·업무가 수사·감독이 아닌 컨설팅·안내·지도·교육 등 산재예방 지원에 있다면 중소기업계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여야가 다시 한번 협의에 나서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는 주요 법안은 더 있다. 영업제한시간에도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2 협의체 협상과 함께 논의가 중단됐다.
정부가 전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총선 공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원전업계에서 처리를 요구했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역시 소관 상임위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처리를 요구한 법안 중에서는 차주의 금리인하요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국가 차원의 지역화폐 지원을 담은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법 등이 계류 중이다.
김진·양근혁·유재훈 기자
soho0902@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