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초등학생 자녀 앞에서 배우자에게 계속 이혼을 요구할 경우 아동학대로 볼 수 있을까.
결혼 13년 차라고 밝힌 A씨는 2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이혼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도 남편 B씨가 지속해서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사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결혼생활 내내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어왔다. A씨가 의견을 말하면 B씨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졌고, 두 사람은 사소한 문제에도 서로에게 짜증을 내며 크게 다투기 시작했다.
결국 B씨는 이혼을 요구했다. 잦은 부부싸움에도 A씨는 아들이 이혼 가정에서 자라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B씨를 설득했다.
이후 한동안 다툼이 없었지만, 또다시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이 시작됐다. B씨는 아들 앞에서도 "이혼하자"는 말을 내뱉었다. 충격을 받은 아들은 밤에 혼자 울었다고 한다.
A씨는 "남편에게 좋게 말해도 저를 쫓아다니면서 이혼 얘기만 꺼내더라"며 "아이를 위해서라도 절대 이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혼 얘기를 나누기 싫었던 A씨는 B씨를 계속 피해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이혼 소장이 날아왔다고 한다. A씨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서정민 변호사는 B씨가 어린 자녀 앞에서 이혼 얘기를 꺼내는 것이 아동학대냐는 물음에 "단순히 이혼을 요구했다는 사실만으로 아동학대라고 볼 수는 없다.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이혼하기 위해 아이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한다면 아동학대"라며 "아동의 정신 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로 평가받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A씨 부부의 상황에 대해 "한쪽이 이혼을 원하지 않아도 이혼이 가능하다"며 "형식적으로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파탄한 경우"라고 말했다.
다만 "혼인 관계 회복 가능성이 있다면 이혼이 불가할 수 있다"며 "법원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쪽에서 배우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판단한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관계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A씨가 집을 비운 사이에 B씨가 A씨의 짐을 모두 뺄 경우에 대해서는 "재물손괴죄로 형사고소할 수 있다. 물건을 부수는 것뿐만 아니라 은닉이나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친 것도 포함된다"며 "하지만 이혼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형사고소할 경우 법원이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법이 규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은 경우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이 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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