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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윤·한이 수사한 박근혜 공천개입은 유죄인데 대통령실이 당무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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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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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법이 금지하는 ‘당무 개입’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검사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터다. 이번 당무 개입 사태 역시 형사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2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한 충돌 사태에 대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정치 중립 위반이라고 판단한다”며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무개입이자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 측에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 의사를 전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자유선거의 원칙을 천명한다.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은 자신을 특정 정당, 정치적 세력과 동일시해 선거서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이다. 정당의 경우 공무원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민주적인 정당활동과 건전한 정치적 의사형성의 전제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관여하는 구체적 행위를 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도 있다.

공천 개입으로 처벌된 대표적인 사례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한 위원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일 때 기소한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5·2016년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친박 인물들의 총선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선거전략을 수립하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관여한 것을 박 전 대통령이 승인·공모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고 대의제·정당제 민주주의 실현에 중요한 ‘정당의 자유·자율’을 무너뜨렸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과 법률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당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정당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 배경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뿐 아니라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사천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으로 볼 여지가 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한동훈 위원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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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의 선거 관여가 문제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해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심 법원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과정에 청와대 관계자들이 공모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은 비위 정보를 수집해 경찰에 이첩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선거제도와 국민 참정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4월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검찰은 이 사건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재수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을 지지해달라고 발언했다가 선거 중립 의무 위반으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헌법재판소는 노 전 대통령이 중립 의무를 어기기는 했지만 중대한 위반은 아니라며 기각했다. 조국 전 장관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명백한 당무 개입으로 처벌 사안”이라며 “비서실장에게 이런 불법을 지시한 대통령도 임기 후 기소돼야 할 사안이다. 기소 전이라도 수사를 통해 불법이 확인되면 탄핵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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