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윤석열·이재명 나빠요’ 선거 안돼”
정책 경쟁을 신당 정체성으로 제시
“창당 다음 날 합당하는 건 코미디 아닌가”
‘선 자강 후 연대’ 모드로 진행 전망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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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이 20일 ‘이준석 대표 체제’로 닻을 올렸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이재명, 윤석열보다 뭘 잘하냐고 물으면 개혁”이라고 말했다. “검사의 칼만으로는 세상을 다스릴 수 없단 걸 보여주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섰다”며 윤석열 정부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제3지대 각 세력이 하나로 합치는 ‘빅텐트’ 구상에 대해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면서도 “통합 논의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당이 창당한 다음 날 합당하는 것은 코미디 아닌가”라고도 했다. 연대 가능성은 남겨두되, 당분간 ‘자강론’ 모드로 물밑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개혁신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이 대표를 초대 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 대표는 과거 당대표를 지낸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창당 준비 중인 개혁신당의 정강정책위원장을 맡아 왔다. 개혁신당은 이날 중앙당 출범으로 창당 등록 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됐다.
앞서 개혁신당은 서울·경기·인천·대구·경북 등 5개 시·도당 창당을 마무리했으며, 이날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5만5000명 당원을 확보했다. 당 정책위의장은 김용남 전 의원이, 최고위원은 천하람·허은아·이기인 창당준비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사무총장은 김철근 전 국민의힘 정무실장이 맡는다.
이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내가 ‘태극기’를 붙이고 시위 나간다고 애국자라고 하는 우월감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독재와 싸웠던 훈장만으로 정치를 가벼운 선악의 구도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은 개혁을 해나갈 수 없다”며 양당 정치인과 지지자 모두를 비판했다. 그는 “육상경기에서 달려야 하는데, 그들은 지금 경기장에 망건에 갓 쓰고 도포 입고 짚신을 신고 나타났다”며 “그들의 룰이 아니라, 우리 개혁신당이 설정하는 개혁 경쟁의 룰로 이번 총선을 치러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당대회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더이상 ‘이재명 나빠요’, ‘윤석열 나빠요’ 선거가 안 됐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지금 ‘김건희 나빠요’도 하려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제발 사법부로 가져 가시라”며 ‘정책 경쟁’이 개혁신당의 정체성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대표적 선거 전략으로 거론되는 ‘세대포위론’ 전략과 관련해서도 “당 체질 개선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기 전략을 등장한 이론이었다”며 거리를 뒀다. 그는 “우리 개혁신당은 세대라는 구분보다는 개혁성을 기준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혁 성향이 강한 국민 표를 최대한 끌어오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사의 칼만으로는 세상을 다스릴 수 없단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혁신당은) 용기있게 나섰다”며 윤석열 정부에 특별히 날을 세웠다. 그는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을 언급하며 “집권 1년차 대통령과 싸운다는 결심을 했을 때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아시나. 저는 그 마음을 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창당대회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 김종민·조응천·정태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류호정 전 의원 등 제3지대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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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창당대회에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을 비롯한 제3지대 인사들이 총출동해 제3지대 ‘빅텐트’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여러분과 나는 똑같은 경험을 했고 똑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우리는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곳으로 가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혼자서는 변화하기 어렵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한동안 ‘빅텐트’ 가능성에 회의적이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화합해서 돌아오는 4월 총선을 맞이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리라 확신한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는 연대·통합 논의를 지속하겠다면서도 “‘우리도 할 수 있어’ 식의 창당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 대표는 “한국의희망을 (제가) 긍정 평가한 이유는 정책을 내세워서”라며 “각 당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각 당의 정책적 색채를 구체화한 뒤 연대 방향을 정해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당별 지지세를 확고히 한 뒤 통합 논의를 해야 제3지대 내 ‘지분 협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현실적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탈당 24일 만의 창당이란 이례적 속도전의 배경이 창당 컨벤션 효과를 토대로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개혁신당의 ‘노인 무임승차 폐지’ 정책에 대해 이원욱 미래대연합 대표가 “갈라치기”라고 비판하는 등 제3지대 세력 간 지향 차이가 있어 이견 조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징병제를 논의한다는 새로운선택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여성 징병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연대 방향을 두고도 합당 대신 각 당이 지역구를 분배하는 방안, 지역구 의원은 단일기호 공천하되 비례대표는 당별로 선출하는 방안, 찬성 여론에 따라 완전한 합당을 이루는 방안 등 총 3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이 저 대표는 “협의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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