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하량 1위가 삼성전자에서 애플로 바뀌었다. 애플 입장에선 16년, 삼성전자 입장에선 13년 만이다. 생각보다 거셌던 아이폰15의 인기와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 '트랜션'의 약진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스쿠프가 스마트폰 출하량 통계의 함의를 들춰봤다.
삼성전자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에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줬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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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스마트폰 출하량 부문에서 삼성전자를 눌렀다. 지난 16일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3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출하량 2억3460만대로 삼성전자(2억2660만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애플이 20.1%, 삼성전자 19.4%로 차이가 0.7%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이번 출하량 통계가 두 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꽤 크다.
먼저 애플에 '출하량 1위'는 무척이나 값진 결과다. 2007년 아이폰1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지 16년 만에 처음 달성한 기록이라서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다. 삼성전자가 출하량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놓친 건 2010년 시장에 진출한 이래 13년 만에 처음이다.
그렇다면 원인은 뭘까. 첫째, 애플이 '신제품 효과' 덕분에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한국 시장의 주인공은 애플이었다. 그해 10월 출시한 아이폰15는 첫 4주 동안 전작(아이폰14)보다 41.9% 더 많은 판매량을 올렸다(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아이폰15의 인기몰이는 이미 상반기에 '갤럭시S23'을 출시해 힘이 빠진 삼성전자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1·2위 자리가 뒤바뀌는 결과로 이어졌다.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200~300달러짜리 중저가 스마트폰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이 최근 들어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트랜션(Transsion)'이 서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8.1%로 오포(8.8%)에 이어 5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출하량으로만 따지면 2022년 7260만대에서 2023년 9490만대로 30.8%나 증가했다. 그만큼 성장세가 매섭단 거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제품의 평균 판매가가 90달러(약 12만원)에 불과하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나이지리아·케냐·파키스탄·인도 등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주요 판매국으로 삼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삼성전자보다 판매량이 많아 '아프리카의 삼성전자'로 불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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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 22년 4월 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90%가 가격이 200달러 미만인데, 그중 63%가 트랜션 제품이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트랜션 같은 저가 브랜드에 점유율을 야금야금 뺏기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분기 출시 예정인 이 제품엔 통화 중 13개 언어로 실시간 통역, 문자 실시간 번역, 이미지·텍스트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곧바로 검색해 주는 '서클 투 서치' 등 다른 스마트폰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신기능이 가득 담겨 있다.
혁신적인 기술로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인 셈이다. 과연 삼성전자는 '갤럭시S24'를 발판으로 출하량 1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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