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탁구부 배경으로 재능·노력·성장의 가치 다룬 스포츠 웹툰
좋은 부모님과 집안을 뜻하는 '금수저', 천부적인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 '재능러'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요즘 사람들은 노력 없는 성취에 열광한다.
하지만 재능을 동경하고 노력을 경시할수록 우리는 수렁에 빠진다. 행여라도 자신이 둔재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될까 봐 매사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고,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와 같은 합리화만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웹툰 '펜홀더' |
'펜홀더'는 이처럼 타고난 재능 때문에 오히려 발목이 잡혀버린 고등학생 한이연이 탁구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스포츠 웹툰이다.
이연은 뛰어난 운동신경 덕에 축구부터 농구, 달리기까지 어지간한 종목에서 늘 또래를 앞서왔다.
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운동부에 들어가 실력을 갈고닦는 대신 가끔 돈이 걸린 경기에만 용병 선수로 뛰는 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낭비한다.
"연습? 노력? 그딴 건 재능 없는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이연의 대사에서 보이듯 성실함이 필수인 운동부 훈련을 탐탁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그 아래에는 이연이 애써 감춰둔 불안감도 자리하고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이기는 운동 천재라는 평판에 금이 갈까 봐, 행여나 실패할까 봐 애써 노력하지 않으려 한 것이다.
결국 그의 설익은 재능은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족쇄였던 셈이다.
이연은 어느 날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가 탁구 경기를 벌인다.
초등학생 때 딱 일주일간 탁구를 배웠지만, 자신이 다니는 연희고 탁구부원과의 경기에서도 승리하자 기고만장한다.
하지만 곧이어 압도적인 실력의 탁구 선수 이수린을 만나 무참히 패배하고, 이를 되갚아 주겠다며 탁구부에 막무가내로 입부한다.
그리고 자신이 유일하게 배운 구식 탁구 라켓인 '펜홀더'로 이수린을 이기겠다고 공언한다.
웹툰 '펜홀더' |
여느 스포츠 만화 속 주인공들은 실력과 경험은 없어도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크지만, 이연은 정반대의 캐릭터다.
고된 훈련을 하고도 경기에서 지게 되자 크게 낙담하며 아예 탁구를 포기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약점 많은 성격은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오고, 어딘가 우리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는 것처럼 여겨져 더 공감을 끌어 낸다.
탁구 경기 장면마다 하얀 탁구공이 쉼 없이 오가는 궤적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것도 인상적이다.
축구처럼 너른 운동장에서 뛰는 것도 아니고 농구처럼 몸이 부대끼는 경기도 아니지만, 웹툰을 읽다 보면 새삼 탁구가 치열하고 다이내믹한 스포츠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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