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하던 옛 연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30대 남성 설아무개씨가 검찰로 넘겨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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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설아무개(31)씨에게 법원이 ‘보복 살인’ 혐의를 인정해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류호중)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설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이수와 출소 뒤 1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해 수법이 과감하고 냉혹하다. 피해자가 출근길 갑자기 피해를 받아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이로 인한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죽은 피해자에게서 사과받은 것에 대해 후련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진술하고,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끼냐는 변호인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점을 보면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설씨에게 적용된 보복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보복 살인은 고소·고발·진술·증언 등에 대한 보복 목적이 살인의 동기일 때 적용된다. 재판부는 설씨의 주된 범행 동기를 부서 이동 당사자가 피해자가 아닌 자신이 됐다는 점, 이로 인해 부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 등에 대한 분노라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폭행 신고에 대한 보복심이 범행의 주된 동기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살인의 목적이 꼭 (보복 목적)하나일 필요는 없고, 여러 살인 목적이 있다면 어떤 것이 주된 살인 목적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살해 목적으로 범행도구를 구매한 것이 분명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지 8일 만에 흉기를 구매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6월9일 피해자의 폭행 신고가 범행에 제한적인 영향을 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설씨는 지난해 7월17일 새벽 5시5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 이아무개(37)씨의 가슴과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이씨의 비명을 듣고 집 밖으로 나와 범행을 말리던 이씨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손을 다치게 했다. 앞서 설씨는 이씨를 폭행하고 스토킹해 범행 한 달 전인 6월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등의 법원 명령을 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설씨에게 보복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설씨가 범행 동기를 이씨의 이별 통보라고 진술했다며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도 경찰과 같은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설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8일 설씨에게 보복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기존의 일반 살인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돌리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재판부에 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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