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희망 찾기 어렵다는 결론"
"권력의 사유화…공적시스템 파괴"
이 전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당이 되어가는 국민의힘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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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도 보수통합의 차원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한다"며 "보수의 가치도, 중도의 유연함도, 공적 책임감도, 그때 통합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국민들에게 다짐했던 그 어떤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가 된 이후에도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여전히 전 정권 탓만 하면서 내로남불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는 스스로 살아있는 권력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남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국민들이 운동권을 비판하는 이유는 그들이 기득권화되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운동권보다 검찰 세력의 기득권이 더 심각한데도 윤 정권과 국민의힘은 스스로 기득권을 청산하고 더 잘할 생각은 안 하고 여전히 운동권 청산만 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경제는 미래의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권력의 사유화가 기승을 부리며 국가의 공적시스템이 파괴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의원은 "다수 주권자의 민의를 대변하고 정권의 전횡을 견제해 진짜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길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이언주 전 의원 탈당 입장문 전문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을 탈당합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아껴주신 당원들과 지지자들께 감사드리고,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비록 국민의힘을 떠나지만 어디를 가든 나라를 위한 좋은 정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중도보수통합의 차원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합류하였습니다. 탄핵 이후 몰락한 보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생각했던 저는, 보수가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바로 서는 데 제가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합니다. 저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보수의 가치도, 중도의 유연함도, 공적 책임감도, 그때 통합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국민들에게 다짐했던 그 어떤 것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탄핵 직후, 총선 전후, 비대위와 당대표가 바뀔 때마다... 국민의힘(혹은 그 전신)은 때마다 반성한다며, 달라지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전부터 거의 10년간 정치를 지켜본 제가 보건대, 지금의 국민의힘은 탄핵 당시의 새누리당보다도 오히려 더 나빠졌습니다. 대통령과 주변의 권력의 사유화와 국정농단, 대통령의 권력기관 줄 세우기와 여당의 사당화, 대통령과 여당의 공적 의지(public mind) 상실과 갈라치기, 시대착오적 극우 행보, 권위주의적이고 소통이 안 되는 국정운영,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통치행태, 시대착오적 경제정책과 외교 전략 등등 박근혜 정권 때보다 그 양상은 훨씬 더 심각해졌습니다. 그러니, 보수의 변화를 기대하고 어렵사리 지지했던 국민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그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저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위기는,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이미 패배한 보수정치세력을 적폐청산이라는 구호 아래 잔인하게 도륙한 윤석열 사단을 무리하게 보수의 집권 세력으로 옹위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내재적 모순에 빠진 것입니다. 그래서 대선 당시 저는 그런 내용을 포함해 다음 이유에서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1) 평생 검찰에만 있어서 국정운영 능력이 부족하고 정치가 검찰 화, 사법화된다. 2) 본부장 비리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가 내세우는 ‘공정과 상식’의 토대가 무너질 것이다. 3) 보수 궤멸에 앞장선 자를 대통령으로 옹위하면 레임덕이 와 내부 모순이 드러나는 즉시 내부에서 자멸할 것이다…. 이런 제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는, 국민의힘 누구보다도 전 정권의 위선을 앞장서서 지적하고 비판하며, 기득권화되어가는 운동권을 비판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국민의힘 편이거나 민주당이나 운동권의 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단지, 위선과 거짓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기득권, 권력의 사유화와 헌법정신 위반 등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비판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통해 그런 잘못들이 시정되고 더 나아지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정권교체가 된 이후에도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여전히 전 정권 탓만 하면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살아있는 권력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남 탓만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운동권을 비판하는 이유는, 그들이 기득권화되었기 때문이고 지금 우리 사회는 운동권보다 검찰 세력의 기득권이 더 심각한데도, 윤정권과 국민의힘은 스스로 기득권을 청산하고 더 잘할 생각은 안 하고 여전히 운동권 청산만 외치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는 진영병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그 진영병을 고치기는커녕 사회를 네 편 내 편의 이분법적 세계관으로만 보면서 갈라치기를 통해 갈등을 더 키워 정치적 이득을 꾀합니다. 어떤 분야에 문제가 있으면 근본적 해법을 고민하기보다 특정 집단이나 특정인을 악마화하여 마녀사냥 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보다 특정 집단 때려잡기로 국민들을 선동하여 갈등을 더 키웁니다. 함께 갈등을 조정해야 할 야당을 철저히 무시하고 악마화, 주적 취급을 합니다. 난리 통에 뭔가 해결된 것 같지만 실은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습니다. 화물노조 사태, 일타강사 때려잡기, 고금리 기조에 금융기관 때려잡기, 이선균 사태와 마약과의 전쟁, 숭미숭일에 반중반러 같은 극단적 외교, 북한을 지나치게 적대시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태 등 윤석열 대통령의 그런 이분법적 세계관은 국익을 위태롭게 합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해야 할 집권 세력이 갈등을 도리어 키우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집권했지만, 이제 “공정과 상식”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끄러운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해병대 채상병 죽음의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에 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데도 도리어 외압을 주장한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수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아들을 군대에 보낸 혹은 보낼 이 땅의 부모들의 가슴이 미어지고, 분노가 차올랐지만 국민의힘의 방해로 특검도, 국정조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과 50억클럽 특검을 반대하는 것도 민의를 배신하는 뻔뻔한 행태입니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영부인과 장모가 22억여원이나 이득을 봤는데도 4000만원의 손해를 봤을 뿐이라고 말한 걸 전 국민이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일언반구 변명조차 없습니다. 국민 절대다수가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배우자를 위해 대통령 권력을 남용한 셈입니다. 세상천지에 이런 특권이 어디 있습니까? 윤석열 사단의 적폐 청산의 칼이 지나쳤음에도 국민들이 이해하고 지나간 것은, 그가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는 강골 검사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인제 보니 “권력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모두가 속았던 것입니다. 이제 그는 자기 가족에 대해서는 거짓말로 옹호하고 대통령의 거부권조차 남용하는 불공정과 몰상식의 상징 인물이 되고 있습니다. “공정과 상식”이란 이 정권의 토대는 이제 무너졌습니다.
어렵사리 일으켜 세운 보수정당이 적폐 청산의 칼이 되었던 윤석열 사단에 의해 다시 무너져가는 걸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미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윤석열 정권을 그냥 두어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하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국민의힘이 살아남으려면 아무리 여당이라도 총선 이후 정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하겠다고 하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강서 보궐선거 직전 당에 “이대로 가면 총선 폭망”이라고 강력한 경고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그런 제 쓴소리를 새겨듣기는커녕 제게 징계를 내렸습니다.
보궐선거 참패 이후 모두가 이구동성 대통령이 바뀌든가 적어도 당이 대통령과 선을 긋든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돌아온 답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 내외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검찰 정권에 이어 검찰당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부터 특검법을 악법이라며 윤 대통령 내외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가 “상명하복의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명하복이야말로 공직자와 정치권을 국민을 위한 본연의 역할보다 권력에 줄서기에 집중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입니다. 이태원 참사도, 잼버리 실패도, 엑스포 대망신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모두가 진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못하고, 소신껏 행동하지 못하는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문화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문화는 개발독재 시대에는 어느 정도 통했는지 몰라도,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중요한 선진국경제에서는 독입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도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문화 청산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검찰이라는 조직은 해방 후 유일하게 남아있는 철저한 동일체, 상명하복의 조직입니다. 따라서, 상명하복의 권위주의의 상징적 조직인 검찰 세력의 집권을 종식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X세대입니다. 소위 789세대의 맏언니로서, 789세대의 보편적 정서를 대변하고 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책임을 느낍니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체득되고, 개인의 삶의 존중을 추구하는 세대로서, 우리의 보편적 정서는 상명하복의 권위주의와는 대척점에 있습니다. 그래도 민주화 이후 조금씩 발전해 왔다고 자부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퇴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경제는 미래의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권력의 사유화가 기승을 부리며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파괴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그동안 번영을 구가해온 대한민국의 국운이 여기에서 꺾이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습니다. 대통령탄핵이라는 비극을 겪고서도 달라지기는커녕 더 악화하고 만 현실에서 무슨 염치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입니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지켜봤지만, 윤석열김건희당, 검찰당이 되어가는 국민의힘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아니, 오히려, 다수 주권자의 민의를 대변해 정권의 전횡을 견제하여 진짜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길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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