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뒷마당' SAP 센터서 갤럭시 S24 공개
스마트폰·반도체, 실적개선 '투톱'
AI 기술 경쟁력 확보 관건
SAP 센터는 경쟁사 애플의 본사인 애플 파크와 직선거리로 약 9.4㎞. 차로는 약 15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오랜 기간 미국 프로스포츠와 협업하고 애플TV로 경기도 생중계하고 있는 애플은 미국 내셔널 하키리그(NHL) 산호세 샤크스의 엠블럼을 새긴 애플워치 밴드도 만들어서 팔고 있다. 산호세 샤크스는 SAP 센터를 홈구장으로 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에 SAP 센터는 사실상 ‘적의 뒷마당’이다. 이곳에서 비밀병기로 갤럭시 S24를 공개한 행보는 행사 그 이상의 메시지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올해도 치열해질 애플과의 경쟁에 대한 자신감, 동시에 최근 업계 2위로 처진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단 강한 의지로도 읽힌다.
삼성전자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신제품 공개행사 '삼성 갤럭시 언팩 2024'를 열고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했다. 사진은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 S24 시리즈를 손에 든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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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 S24 공개를 신호탄으로, 업계 1위 탈환과 실적 개선을 위한 행보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으로, 효자 구실을 해온 스마트폰, 반도체를 올해도 ‘투톱’으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이 두 분야에서 실적이 좋지 않았기에 반등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2660만대(19.4%)로 집계돼 2억3460만대(20.1%)를 기록한 애플에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줬다. 반도체 역시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 399억 달러를 기록해 487억 달러로 집계된 인텔에 2년 만에 1위를 허락했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는 15년 만에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가운데서 스마트폰은 이번 갤럭시 S24 시리즈 공개로 먼저 승부수를 띄웠다. 갤럭시 S24는 AI 기능이 탑재돼 이전 갤럭시들보다 더욱 진화된 기능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오는 19~25일 국내에서 사전 판매되고 이달 31일부터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문장(사장)은 공개행사에서 "갤럭시 S24가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새로운 모바일 AI폰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확신했다. 앞으로 갤럭시 S24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도 이뤄진다. 이날 공개행사 직후 서울, 방콕,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바르셀로나, 두바이 등 8개 도시에서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페이스’가 열린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새로 나온 갤럭시 S24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행사다. 19일 개막하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도 갤럭시 S24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자리가 마련된다. 강릉 올림픽 파크에 ‘삼성 갤럭시 올림픽 체험관’이 마련돼 방문객들이 신제품의 주요 기능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반도체 시장에선 긍정의 신호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불황을 넘어 올해 호황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과감한 연구·개발(R&D)과 기술 경쟁력, 인재 확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일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더 과감하게, 더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말했다.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를 참석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최근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했다. 이어 챗 GPT 등장 후 "컴퓨팅 환경이 주어진 입력에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 ‘제너러티브 시스템(Generative System)’으로 변했다"며 이 변화가 앞으로의 반도체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 후 AI 기술 개발 및 접목을 시사했다.
경 사장을 비롯한 DS 부문 임원들은 전날 오후 긴급회의를 한 후 올해 연봉을 동결하는 특단의 조치도 내렸다. DS 부문의 한 임원은 "연봉 동결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며 위기 극복을 위한 긴장감 유지에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십시일반으로 고통을 분담해 올 한해 반드시 흑자 전환과 장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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