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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공수처 간에 초유의 사건 핑퐁이 진행되고 있다. 공수처가 지난해 11월 24일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감사원 3급 공무원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을 검찰이 지난 12일 공수처로 돌려보내겠다고 하자, 공수처는 못 받겠다고 하고, 검찰이 다시 사건을 받아 가라고 하자, 공수처는 또 못 받겠다고 맞서고 있다. 해당 사건이 현재 정확히 검찰과 공수처 중 어디에 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검찰과 공수처라는 기관 간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공수처법 등이 생겨난 영향이다. 왜 이런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지, 우선 공수처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 검찰에서 어떻게 처리돼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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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범죄를 감시하고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법은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범위가 다르다. 공수처는 대통령부터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까지 수사할 수 있지만,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만 재판에 넘길 수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 등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도 검찰의 검사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는데,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사건을 제외한 다른 사건에서는 수사권과 함께 검찰 권한의 두 축 중 하나인 기소권은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이런 사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공수처법은 이런 사건 수사(를 마무리) 했을 때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송부하여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현재의 사건 핑퐁 과정에서 검찰 측 입장을 내고 있는 주체가 '대검찰청'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인 이유가 이 규정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공수처는 어떻게 검찰에 보내야 하는데, 사건을 받은 검찰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공수처법은 '사건을 처리하는 (검찰의) 검사는 공수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검찰이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를 공수처에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는 건데, 현재와 같이 사건을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관계를 규정해야 할 형사소송법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사건은 실무적으로 어떻게 처리되어 왔을까. 공수처가 검찰에 기소를 요청 내는 부탁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형사 사법 체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기소 의견 송치'라는 이름으로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보내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검찰과 동등한 지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혹은 경찰과 같은 지위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공소제기 요구'라는 명칭을 써 왔다.
공수처는 '기소권 없는 사건'을 불기소 할 수 있는가
실무적으로 크게 잡음 없이 진행되어 왔던, 공수처의 '기소권은 없는 사건'에 대한 처리가 왜 갑자기 '이 시점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불거졌는지 따져 보기 전에 살펴볼 점이 있다. 왜 '이 시점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유추하는데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을 수사했을 때 자체적으로 불기소로 종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그것이다.
앞서 살펴본 공수처법을 다시 보자. 이런 사건을 수사(를 마무리) 했을 때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송부하여 한다'는 부분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수처는 기소권 없는 사건을 수사했을 때 모든 사건을 검찰(서울중앙지검)에 보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공수처법에는 '처장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하여 불기소 결정을 하는 때에는 해당 범죄의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관련 범죄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기소권을 가진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 사건' 이외 사건도 공수처가 불기소 권한을 가질 수 있을 것처럼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명확지 않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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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적으로는 공수처가 불기소 권한을 행사해 왔다. 기소는 못 하는데, 불기소는 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진행돼 왔다.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들어온 재정신청을 서울고등법원이 지난해 11월 기각했는데, 법원도 공수처의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불기소 권한을 인정한 셈이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관련 사건은 공수처가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는 사건이다.
재정신청은 검사가 고소나 고발 사건을 불기소할 경우, 그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법원에 그 결정이 타당한지를 묻는 절차를 말하는데 '불기소 권한 인정'을 전제로 한다. 서울고등법원이 재정신청을 요건이 안 된다며 '각하' 한 것이 아닌 타당성이 없다며 '기각'한 것은 공수처의 '불기소 권한'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 요구'는 했지만, '공소불제기 요구'와 같은 행위는 한 적이 없다는 것도 공수처가 불기소 권한을 행사해 왔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왜 이 시점에 핑퐁이 벌어졌나…검찰 "언제까지 뒤치다꺼리" vs 공수처 "사무규칙 개정 추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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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왜 갑자기 '이 시점에' 검찰과 공수처 간의 사건 핑퐁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검찰 내부에서는 가뜩이나 검찰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제대로 수사가 안 된 사건을 공수처가 검찰에 보내면 검찰이 해당 사건을 보강 수사해야 하는데 도저히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이번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소위 주요 사건 등에 대한 검사 차출과 고검 검사급 숫자의 증가 등으로 인한 검찰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굳이 이 시점에 검찰의 조치가 나온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지난 8일 입법 예고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이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가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공수처가 불기소하는 경우 사건송부서 등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송부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걸 골자로 한다.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불기소 권한을 명문화하겠다는 의미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이런 개정안 추진이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서 공수처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다는 검찰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초유의 사건 반송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밝힌 입장문도 이런 추정의 근거 중 하나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에서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했다', '검찰은 증거와 법리에 대한 의견을 부기하여 다시 공수처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의견을 부기했다'는 표현은 마치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지휘하듯 의도적으로 넣은 표현이며,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 등을 언급한 건 기소권 없는 사건에서 공수처를 경찰과 같은 지위로 보겠다며 일부러 넣은 표현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수처법 등 규정을 따라서 해석한 것인데, 오히려 공수처가 자존심이 상했는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제대로 수사가 안 된 사건, 특히 이번 감사원 공무원 사건과 같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건을 보내면 검찰은 어떻게 감당하라는 것이냐는 말도 나온다. 감사원 공무원 사건을 제외하고 4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건은 모두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진 사건이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여지가 없었다.
공수처가 구속 상태로 사건을 보냈다면 발생했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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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공수처가 사건을 핑퐁하고 있는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형사 사법 체계의 공백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이런 공백은 양 기관의 자존심 싸움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앞서 본대로 모호한 법 규정 등 법이 완전치 않은 상태로 만들어진 결과다. 현재 검찰에선 공수처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보내서 문제라는 원성이 있지만,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서 즉 피의자를 구속해 검찰에 보냈어도 현행법상으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과 달리 공수처가 감사원 공무원을 구속해서 검찰에 보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현행 형사소송법상 경찰은 최대 10일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이후에는 검사에게 넘기거나 석방해야 한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최대 20일까지 추가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이후에는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해야 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은 최대 20일까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공수처는 헌재 판결 등에 따라 공수처 검사는 검찰의 검사와 동등하다는 입장이기에, 감사원 공무원을 구속했다면 최대 20일의 구속기간을 채우고 검찰에 사건을 넘겨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해당 피의자를 추가로 구속할 수 있을까. 검찰이 추가로 10일 또는 20일을 구속하겠다는 건 법에 없는 내용이고, 피의자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공수처가 10일, 검찰이 10일씩 피의자를 구속하기로 협의할 수도 없다. 인신을 구속하는 공권력을 명확한 근거 없이 기관 간 협의로 행사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구속 만기를 채워 넘어온 사건을 공수처 의견에 따라 바로 기소하거나 불기소해야 할까. 이럴 경우 검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는 문제에 직면한다. 사건을 넘겨받아 재판을 담당할 검찰의 검사에게 사건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할 시간을 주지 않고, 단순히 공수처의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이행하는 역할만 부여할 경우 검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혹시나 기소된 사건이 최종 무죄가 선고된다면, 무죄 선고의 책임은 사건을 수사해 구속 기소해 달라고 한 공수처 검사에게 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의견을 받아 기계적으로 기소하고 사건도 제대로 모른 채 재판을 진행한 검찰 검사에게 물어야 하는지,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검찰과 공수처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법 규정을 손봐야 한다. 감사원 공무원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이 불구속 사건이었기에 망정이지, 구속 사건이었다면 대혼란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법 규정을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지금의 혼란은 대혼란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사진=공수처 제공, 연합뉴스)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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