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기자zoom@joongang.co.kr |
술기운이 한창 오르는 음주 후 30~90분 사이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운전 적발 기준치와 동일하다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법 형사2단독 안재훈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0월 0시 5분께 청주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고 4.7㎞를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호흡 측정 방식으로 측정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로 면허 정지 기준치와 일치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최종음주 시점과 운전종료 시점까지는 87분이 지났다며 이는 취기가 오르는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해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평균 약 0.015%씩 감소하기 때문에 A씨의 경우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A씨가 단속 당시 도로 중간에서 운전 중 잠들어 있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도 제출됐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다. 이보다 낮을 경우에는 처벌 받지 않는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최초 단속한 경찰관이 A씨가 얼굴빛이 붉은 것 빼고는 차분했다고 진술한 점, 수사보고서는 경찰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어느 정도 개입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기준치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11월 음주운전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고 그때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다면 운전 당시의 농도가 처벌 기준치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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