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토론을 듣고 오열하고 있다. 2024.01.09 문재원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이태원 특검.”
지난 11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를 통과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에 규정된 특별조사위원회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특별검사와 같은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것이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압수수색에 출국금지에 동행명령까지 할 수 있다” “조사위를 사실상 야당이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조사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이 참사 조사위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쟁용 도구’로 규정하지만 이는 억측이거나 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조사기구가 가진 수준의 권한 정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당은 ‘조사위가 초법적으로 검찰 수준의 권한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별법상 조사위는 압수수색이나 수사를 직접 하는 주체가 아니다. 법안 제30조는 ‘진상규명에 필요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기관이 자료 제출요구를 2회 이상 거부할 때만 관할 지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조사위는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을 뿐이고, 청구 여부는 검찰이나 공수처가 결정하는 것이다.
출국금지도 마찬가지다. 조사위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의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할 수 있고,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조사위가 직접 수사할 수는 없게 돼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표결하려고 하자 퇴장하고 있다. 2024.01.09 박민규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특별법 제29조는 조사위의 동행명령 권한을 규정한다. 그러나 조사위가 아무 때나 동행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 ‘조사에 결정적 정보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동행명령권은 세월호특조위나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 등 기존 조사기구도 가졌던 권한이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다.
동행명령에 불응하더라도 조사위가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듯 구인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터다. 2016년 세월호 특조위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낸 이진숙 당시 대전MBC 사장 등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이 사장이 자취를 감춰 집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사위가 야당이나 유가족 편향적으로 구성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최종적으로 통과된 수정 법안은 11명의 조사위원 중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초안에 있던 유가족 추천몫 2명은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와 협의해 추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특별법안은 지난해 4월 발의돼 지난 9일 통과되기까지 여당의 반대로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 초안의 특별검사 임명권은 삭제됐으며, 조사위 활동 연장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단축됐다.
윤복남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 단장은 “여당은 추상적으로 특별법이 초법적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인지 지적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태원 조사위의 권한은 지금까지 있었던 조사기구들에 준하거나 오히려 축소된 수준인데 이를 위헌적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 진보? 보수? 당신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해 보세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