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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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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주가 왜 이래”… 3조 내다 판 기관에 맥 못 추는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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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신년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랠리를 펼치는 ‘1월 효과’는 없었다. 지난해 말 2650선이었던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2540선까지 내려왔다. 지난달 기관투자자들의 과매수 물량이 연초에 대거 풀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655.28에 장을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이날 2541.9로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동안 4.27%가 떨어졌다. 지난달 4.7% 올랐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서는 2일 딱 하루만 상승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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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하락한 이유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감소,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반등 등이 있다. 하지만 증권가는 기관의 연초 물량 폭탄을 가장 큰 하락 요인으로 보고 있다.

올해(1월 2일~1월 11일) 기관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총 3조4857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는 3조7129억원, 326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의 순매도액은 전년 동기 2148억원을 순매수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너무 커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만 봐도 올해 개인이 1조3005억원을 사들일 때 기관은 9395억원을 팔았다. 외국인도 3898억원을 순매도했다.

그중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기관의 매도세가 눈에 띈다. 이에 수급 부담이 커져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금융투자는 국내 증시에서 약 2조원을 순매도했는데, 기관 매도액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금융투자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이 고유자산을 통해 매매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투자의 연초 매도세가 강한 이유는 작년 말 금융투자가 과도하게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융투자는 배당 이익을 얻기 위해 연말에 현물 주식을 사들이고 연초에 파는 경향이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10년도 이후 금융투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2월 평균 1조8000억원을 순매수하고 매년 1월 9000억원씩 팔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에는 금융투자가 4조3449억원을 순매수했다. 평균보다 2.41배 과매수한 것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의 등 우호적인 정부 정책과 연말 미국의 금리 하락 기대감 등이 순매수세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작년 배당절차 개선으로 인해 전체 상장사 약 46%에 해당하는 기업의 배당 결산기일이 3월 말로 미뤄졌다. 배당수익률 대비 차익거래 가능성이 기존 대비 크지 않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주식 순매수 규모가 과도했다는 것이다.

또 연말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 선·현물 차익거래를 노리고 주식 매수를 진행했다가 연초 괴리가 축소되자 보유주식을 청산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12월 코스피200 기준 현물 매수와 선물 매도 포지션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대형주 위주의 금융투자 매도세가 거세졌고, 이로 인해 중소형 종목과 코스닥지수의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때 코스닥지수는 약 2%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기관 매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 개별 종목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 금융투자의 차익 청산은 시장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 기준으로 2.5포인트 이하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2포인트 아래로 내려간다면 금융투자의 매물 출회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베이시스가 하락한다는 것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경수 연구원은 “연초에는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와 코스닥 강세가 예상된다”며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인 순매수 상위, 주가 낙폭과대, 실적 상향 등이 부각되는 종목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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