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예금 매력 낮아졌네”… 새해 코스피 약세에도 증시 주변으로 몰리는 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갑진년(甲辰年)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거푸 약세를 보이며 숨 고르기 하는 와중에도 증시 주변으로 투자 대기 자금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한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갈 곳을 잃은 돈이 주식시장을 엿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비즈

조선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9일 기준 증시 대기 자금으로 꼽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75조7071억원으로 1년 전인 2023년 1월 9일의 잔액(57조3858억원)과 비교해 31.93%(18조3213억원) 증가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국고채·양도성예금증서(CD)·회사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운용 유형별 계좌 잔액을 보면 환매조건부채권(RP)형이 29조74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기타형(MMW형 등) 25조6527억원, 발행어음형 18조425억원, 머니마켓펀드(MMF)형 2조9373억원 등이 따랐다.

증권사 CMA 잔액은 신년 초와 비교해도 소폭 증가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2024년 첫 개장일이던 1월 2일 CMA 잔액은 9일 잔액(75조4069억원)보다 적은 74조7814억원이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669.81(1월 2일 종가)에서 2541.98(1월 10일 종가)로 6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CMA 잔액은 늘어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MA 잔액이 반드시 주식을 향한다고 볼 순 없지만, 투자 심리와 연관성이 밀접해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한다”며 “(CMA 잔액이) 여전히 증가 추세라는 건 연초 코스피 약세에도 투자 심리는 살아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9일 18조4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작년 11월 초에 16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자산을 키우려는 위험 선호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거래예수금 제외)도 이달 9일 기준 51조7323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주식 매수를 위해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에게 맡긴 돈이다. 통상 투자자예탁금이 늘어나면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본다.

6개월 전이던 지난해 7월 11일 50조3063억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은 11월 3일 44조6820억원까지 감소했다. 이후 증시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12월부터는 예탁금이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이달 2일에는 59조4948억원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이런 시장 흐름의 배경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깔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고 피벗(pivot·정책 전환)할 것으로 본다. 연준은 지난달 공개한 점도표(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나타낸 도표)에서 2024년 말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65~0.90%포인트(p) 낮은 4.6%(중간값)로 예상했다. 올해 0.25%p씩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은 줄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849조2957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19조4412억원 감소했다. 작년 10월까지 4%(12개월 만기 기준)를 웃돌던 주요 예금 상품 금리가 최근 3%대까지 낮아진 데 따른 여파로 해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하반기에 실질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고 중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