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소 83개 선거…거짓정보·음모론에 혼란 우려
"중국·러시아 개입 시도 가능성…AI 진화·극단주의 확산도 영향"
다른 나라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일부 국가의 움직임, 극단주의 확산, 인공지능(AI) 기술 진화 등이 맞물려 가짜뉴스 확산을 부추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행사인 선거가 거짓 정보와 음모론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따라잡으려는 헤일리의 유세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향후 수십년간 영향을 미칠 주요 선거가 올해 예정된 가운데 가짜뉴스가 세계적 위협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선임연구원은 "허위 정보의 퍼펙트스톰(여러 악재의 복합적 작용으로 인한 큰 위기)"이라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미쳐 민주주의를 뒤흔들고 정치·사회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 컨설팅업체 앵커 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최소 83개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 향후 24년 사이에 가장 큰 규모의 선거다.
유권자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인 40억명을 넘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산도 있다.
1월에만 최소 7개의 선거가 실시되는데, 이 중 13일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에 관심이 쏠린다. 대만 정부는 중국이 가짜뉴스와 군사 위협 등을 통해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경고해왔다.
올봄 총선을 앞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AI 콘텐츠의 오도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8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 가짜 뉴스와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디지털서비스법(DSA)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11월 대선이 열린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그의 극우 지지자들이 주도한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1·6 의회 난입 사태 |
NYT는 냉전 종식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한 민주주의가 대규모 이주, 기후변화, 경제적 불평등, 전쟁 등 각종 도전에 직면했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유주의적이고 다원적인 사회에 대한 신뢰가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인기영합주의자와 '스트롱맨'(독재자)이 국가 지도자로서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도 됐다.
러시아, 중국 등 독재 국가들이 다른 나라의 내부 정치적 불만을 이용해 민주적 지배 체제와 리더십을 훼손하려 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 종종 허위 정보 유포도 지원하며, 러시아와 중국의 이런 노력이 성공하면 각국에서 선거를 통해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부상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와 중국, 이란이 미 대선을 포함해 다른 나라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영향력 행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레코디드퓨처의 브라이언 리스턴 분석가는 러시아 등이 선거를 사회 분열을 틈타 민주적 절차를 훼손할 수 있는 '진짜 기회'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외교전문가 표도르 루키야노프는 "2024년은 서방의 자유주의 지도층이 세계 질서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양극화하며 전투적으로 변한 정치 환경은 혐오 발언과 가짜뉴스를 낳고 유권자의 편견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목소리 일부는 텔레그램, 비트슛 등 대안 SNS 플랫폼에서 힘을 얻으며 선거 정책과 입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AI 기술이 허위 정보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백인 유럽인을 비백인 이민자로 대체하려는 전 세계적인 음모가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리는 데 가짜 AI 이미지가 이용된 적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조슬린 벤스 미국 미시간주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AI 생성 콘텐츠가 아주 국지적인 허위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결과를 좌우하거나 혼란을 일으키려는 사람들이 특정 튜표소에서의 폭력에 관해 유권자들이 오도하도록 AI 도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NYT는 미국에서 2016년 대선 이후 유해 콘텐츠를 제한하려는 SNS 업체들의 노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메타와 유튜브, 엑스(X·옛 트위터)는 지난해 위험하거나 부정확한 자료를 감시하는 팀을 축소하거나 재편했다.
뉴스레터 구독 플랫폼인 서브스택은 지난달 자신들의 콘텐츠에서 나치 발언과 극단주의적 발언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짜 뉴스 차단과 공정한 선거를 위한 선제적인 대책 등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주문이 나온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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