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단독]野, 당 분열 위기에 ‘준연동형 유지’ 선회… 위성정당 또 난립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도부 ‘병립형 비례’ 회귀하려다

원로-현역 50여명 반대에 기류 변화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대신, ‘시민사회 연합 정당’ 유력 검토

당 안팎 “결국 꼼수 위성정당” 비판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대신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방침으로 기류를 선회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해진 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로 채우는 제도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다당제로의 개혁’을 내세우며 준연동형제를 추진했지만, 선거 한 달 전 여야 모두 비례 위성정당을 내놓아 ‘비례용 꼼수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 지도부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시민단체 등 범야권 세력과 손잡고 ‘시민사회 연합 비례정당’을 출범하는 대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그게 결국 위성정당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민주당 지도부 “준연동형제 유지 기류”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복수의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분열 위기인 당을 통합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는 흐름이 유력해졌다”고 말했다. ‘이낙연 신당’ 출범과 ‘원칙과 상식’ 탈당 준비 등으로 당 분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 등 당 고문과 진보 진영 원로, 당내 현역 의원 50명 이상이 요구하는 준연동형제 유지를 이재명 대표가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워졌다는 것.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도 “이 대표도 피습 직전까지 준연동형제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기우는 기류였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가지는 제도다.

지난해 12월 이 대표를 만나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던 김 전 총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병립형 회귀로 당 지도부 내 합의가 됐다는 일각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야 원로들이 워낙 강하게 준연동형제 존치를 요구하고 있어서 병립형 회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던 범야권 진영이 타협안으로 ‘야권 비례연합 정당’ 출범을 제안한 것이 당 지도부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야권 원로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것을 보고 원로들이 ‘시민사회 연합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를 단일화하자는 안을 전달했다”며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서도 표 분산을 막아 승리하는 방안을 만들어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총선 이어 올해에도 위성정당 난립 우려”

민주당 지도부도 당론으로 위성정당 방지법을 채택하기보다는 야권 연합정당을 비례 정당으로 내세우려는 기류다. 다만 이에 대해 “그게 결국 ‘꼼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 비례정당’이라고 이름만 바꿨을 뿐 결국 민주당의 입김이 들어간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도부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출범했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에서만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면 이번엔 진보 세력 전체가 연합해 후보를 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제를 유지할 시 우리는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22대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또다시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준연동형제 유지를 검토하는 건 ‘특검법 정국’에서 군소 정당의 협조가 필요해 이들의 요구안을 들어주는 척하는 것일 뿐, 선거에 임박하면 결국 거대 양당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병립형 회귀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제 개편의 키는 국회 과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이 쥐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준연동형제 유지 방침을 내세우면 국민의힘으로선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