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표결하려고 하자 퇴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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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발생 1년2개월여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참사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토대로 수정 발의한 것이다.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되 국민의힘이 반대한 특별검사에 수사를 요청하는 조항은 빠졌다. 총선일인 오는 4월10일부터 법이 시행된다. 여야 합의가 결렬됐지만 김 의장 중재안을 토대로 일부 여당 입장을 수용한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참사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독립적으로 진상규명하기 위해 특조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특조위는 재발방지를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제도 개선방안과 피해자 지원대책도 수립한다.
특조위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11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추천하는 3명,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국민의힘)가 추천하는 4명, 그 외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가 추천하는 4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중 상임위원은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1명,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1명, 그 외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1명으로 한다.
지난해 8월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의결한 안은 국회가 특조위원 9명을 추천하고 유가족단체가 2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이 편향적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이 절충안을 냈다.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추천’이라는 자구를 넣어 유가족단체가 추천할 길을 열어뒀다.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 조항은 삭제됐다. 행안위 의결안에는 이태원참사와 관련해 특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언제든지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는데 이를 들어냈다. 진상규명에 필요한 자료나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기관 등이 특조위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거부할 경우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처장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법은 총선일인 4월10일부터 시행된다. 특조위 활동이 총선과 맞물리면서 정치 쟁점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조위 활동기간은 최장 1년 6개월에서 최장 1년 3개월로 단축됐다. 특조위 종합보고서와 백서 작성을 위해 추가로 3개월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법안이 공포되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특별법 내용을 따져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기본적으로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통해 다시 진상규명에 착수하는 것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이미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기각) 등을 통해 진상이 충분히 규명됐다는 인식이 깔렸다.
다만 이날 즉각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못박지는 않았다. 쌍특검 법안(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 직후 다시 거부권 카드를 꺼내드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제안설명에서 “원안에서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민주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이러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되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에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고도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 파견을 늦추는 등 갖은 방법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해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나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믿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이 퇴장했다.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와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로 진행되어 온 법안”이라며 “당리당략에 따른 참사의 정쟁화가 아니라 유가족에 대한 피해 지원 등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을 향해 야당 의원들은 “반대토론 하지 마십시오” “무슨 염치로 합니까”라고 외쳤다. 유가족들도 방청석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그 입 다물라” “양심이 죽었다”고 소리쳤다.
본회의에 재석한 의원 177명 중 전원 찬성으로 특별법이 통과되자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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