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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시위까지 벌이더니…中 '그림자금융' 중즈그룹, 결국 파산

머니투데이 정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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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시위까지 벌이더니…中 '그림자금융' 중즈그룹, 결국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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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 속 "경영진 폭주" 초과채무 48조…
"당국 파장 막을 자신감"vs"소비·투자 심리 타격"

지난해 8월 15일 중국 경찰이 중릉 상하이 본사 앞에 모여 항의하는 투자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해 8월 15일 중국 경찰이 중릉 상하이 본사 앞에 모여 항의하는 투자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국 부동산 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자산운용사 중즈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지난해 여름 투자자들이 시위에 나서면서 국내 기사에서도 많이 언급된 업체다. 부동산 시장을 향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급속한 경기 둔화가 만든 어두운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5일 중즈그룹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 측은 중즈그룹이 "심각한 부실"로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파산 신청을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투자자 사과 서한'을 통해 지급 불능을 선언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중즈그룹은 지난해 11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사과 서한에서 초과 채무 규모가 약 48조원에 달해 "심각한 부실"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중즈그룹의 자산 심사 결과 총자산은 2000억위안(약 36조7320억원)으로 최대 부채 4600억위안(84조4836억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중즈그룹의 핵심 관계자들은 공안에 연이어 체포돼 수사받고 있다.

사측은 특히 지난 2021년 그룹 설립자 사망 이후 "경영진이 폭주했다"며 부실 경영의 원인을 설명했다. 서한은 "고위 임원과 핵심 인력 다수의 이탈과 그룹 의사결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셰즈쿤 창업자의 사망으로 인해 내부 경영진은 '난장판'이 됐다. 그룹의 투자상품이 연이어 부도 처리됐다"고 설명하며 투자자들에게 사과했다.

중즈그룹 산하 투자관리회사 중룽딩신의 로고 /로이터=뉴스1

중즈그룹 산하 투자관리회사 중룽딩신의 로고 /로이터=뉴스1


한때 자산규모가 1조위안에 달했던 중즈그룹은 중국 비(非)규제권 이른바 '그림자 금융'의 대표주자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그림자금융은 신탁사 등 은행과 비슷한 투자·여신 업무를 하면서도 당국의 규제받지 않는 금융기관과 상품을 뜻한다.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3조달러(약 394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즈 같은 그림자금융은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부동산, 주식, 채권 및 원자재에 투자했는데, 당국의 규제 강화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특히 중즈그룹은 지난해 8월 중룽신탁 등 그룹 산하 4대 자산관리회사의 투자금 지급 연기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당시 중룽신탁 고객 20여 명은 회사 본사를 찾아가 투자원금과 이익금을 달라는 시위를 벌였고, 시위 확산을 막고자 경찰이 투입되기도 했다. 중국 신탁사들은 그간 은행예금보다 높은 6~10% 수익률을 내건 재테크 상품 '리차이(理財)'를 판매해왔는데, 투자한 부동산업체가 도산하며 이익금은 커녕 만기가 돼도 원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룽신탁이 지급을 연기한 상품의 규모는 3500억위안(64조원)이다.


5일 중국 베이징 중즈그룹 본사 건물 밖에 있는 중국 공안의 차량이 서있다. /사진=블룸버그

5일 중국 베이징 중즈그룹 본사 건물 밖에 있는 중국 공안의 차량이 서있다. /사진=블룸버그


중즈의 파산 영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중국 당국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크레딧사이트의 제를리나 쩡 수석 신용 애널리스트는 FT에 "단독으로 보면 꽤 큰 규모(의 파산)"라면서도 "중국 신탁 업체 전체와 비교하면 (파산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고 짚었다. 또 "(중즈그룹 파산) 대부분의 피해는 부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입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투자은행 찬슨앤코의 션 멍 이사는 블룸버그에 "중국 당국은 하이난항공(HNA) 그룹과 안방보험 등 이전 (파산) 사례를 처리하면서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며 "중즈그룹과 같은 (파산) 리스크에 잘 대비하고 통제해 더 큰 파장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번 파산은 중국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중 하나"라며 "가뜩이나 취약한 소비자 및 투자자 심리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 내수 부진, 무역 둔화 등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지수인 CSI300 지수는 3년 연속 하락했다. 통신은 또 "금융시스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번 파산은 (중국) 신탁 부문에 잠재적인 균열을 노출하는 것"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민간 신용 시장의 리스크를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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