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이정효·고정운…구단 철학·상황 이해하는 지도자들 맹활약
우승컵 들어 올리는 포항스틸러스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4일 오전 공개된 2023시즌 K리그 구단 연봉 지출을 보면, '저비용 고효율'을 이룬 팀들이 눈에 띈다.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광주FC와 K리그2 김포FC가 대표적이다.
94억3천257만5천원을 쓴 포항은 지출 면에서 K리그1 9위다. 1위 전북 현대(198억767만7천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리그 2위,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을 이뤘다.
광주는 아예 팀 연봉 순위에서 꼴찌(59억5천67만6천원)다. 전북의 ⅓에도 못 미친다. 이런 지출로 구단 사상 최고 성과를 냈다. 리그 3위와 2024-2025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PO) 출전권을 따냈다.
김포는 군팀 김천 상무를 뺀 K리그2 12개 팀 중에서도 11위(20억4천793만1천원)다. 전북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다른 팀을 제치고 승격 코앞까지 갔다. K리그2 3위를 차지한 김포는 승강 PO까지 진출했으나, 강원FC와 혈투 끝에 1부 행은 불발됐다.
전문가들은 이들 팀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고 짚는다. 구단이 팀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한 후, 이를 이해하는 지도자를 선임한 덕에 낸 성과라는 것이다.
2023 K리그2 감독상, 김포 고정운 감독 |
실제로 지난해까지 포항을 이끌었던 김기동 현 FC서울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남자 지도자상을 수상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김포의 고정운 감독 역시 지난달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 2부리그 최고 감독으로 뽑혔다.
광주의 이정효 감독은 남다른 선수단 장악력을 뽐내며 시즌 내내 축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김대길 축구 해설위원은 "구단별로 재정 상황과 여건에 따라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잡고, 그걸 끝까지 밀고 나간 사례"라며 "축구는 프런트, 선수, 코칭스태프의 3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 조직 내 효율이 극대화될 때 성적이 나오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세 팀은 감독이 제 역할을 했다. 특히 김포는 수비를 안정시키고, 공격진에서 활약할 외국 선수들을 잘 고르는 운영이 적중했다"며 "광주와 포항은 감독들이 전술적으로 탄탄하게 준비했다. 팀 상황에 맞춰 최대한 연구한 게 그라운드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포 관계자는 "우리 같은 팀은 방향을 잘 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어렵게 K3리그에서 올라온 팀"이라며 "한정된 예산에서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모든 지도자가 선수 영입 욕심이 큰데 (고정운) 감독님은 우리 상황을 잘 이해하시는 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구단 운영과 전술적으로 프런트와 감독의 철학이 일치하는지 여부"라며 "시·도민 구단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지지를 끌어내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예산이 없어 준척급도 데려오기 힘든 김포는 개인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축구를 구현, 최소 실점(26골)을 달성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 |
무실점 경기도 19회로 가장 많았다. 동기부여에 능한 고 감독이 쉬지 않고 뛰도록 선수들을 내내 독려한 성과다.
2021년 말 광주 부임 후 2부리그 우승과 1부리그 3위 등 성과를 차례로 낸 이 감독도 구단이 장기적 청사진을 토대로 적합한 지도자를 통해 '철학 있는 축구'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감독이 어떤 축구를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구단 철학도 매우 중요하다"며 "최고경영자(CEO)도, 구단주도, 대표이사도 그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공격 축구냐 수비 축구냐, 성적에 관계 없이 선수를 성장시킬 것이냐 등을 미리 정해두고 운영해야 명문 구단이 된다"고 말했다.
발 빠른 공격진을 앞세운 대표적 '역습 축구' 팀으로 인식되는 대구FC도 지출은 K리그1 11위(84억494만5천원)에 그쳤지만 상위 스플릿에 안착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도 현역 시절 한국 축구 간판이었던 홍명보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를 통해 스타급 선수들을 관리하는 등 최근 운영 방향이 명확하다. 두 번째로 많은 183억4천73만1천만원을 쓴 울산은 구단 사상 최초로 2연패에 성공하며 확실한 성과를 냈다.
지출은 컸지만 웃지 못한 팀들도 있다. 지출 순위에서는 전체 6위(106억8천38만9천원)인 수원 삼성은 구단 사상 최초로 2부리그로 떨어졌다.
전북, 울산에 이은 연봉 3위(132억3천965만5천원) 서울, 4위 제주 유나이티드(119억216만6천원)도 리그 순위는 7, 9위에 그쳤다.
K리그2에서는 서울 이랜드FC(54억8천393만2천원)가 부산 아이파크(59억1천467만3천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썼으나 11위까지 떨어졌다.
고개 숙인 염기훈 감독 대행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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