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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사역 연봉 포기하고 개그맨 엔터사 대표로…“재밌잖아요” [신기자 톡톡]

매일경제 신수현 기자(soo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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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사역 연봉 포기하고 개그맨 엔터사 대표로…“재밌잖아요” [신기자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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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 톡톡 - 3]
이강희 JDB엔터테인먼트 대표
33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해
국내 1위 개그맨 엔터회사로 키워


이강희 JDB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JD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사진=신수현 기자>

이강희 JDB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JD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사진=신수현 기자>


김준호, 김대희, 박나래, 김민경, 김지민, 홍윤화, 유민상, 박영진, 오나미, 신기루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개그맨(코미디언)들이다. 이들은 같은 연예 기획사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JDB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다.

JDB엔터테인먼트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개그맨 연예 기획사로, 소속된 개그맨만 23명에 달한다. 어떤 산업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연예 업계에서 JDB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내로라하는 개그맨들이 소속된 기획사가 될 수 있었을까.

이강희 JDB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만나 JDB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된 배경, JDB엔터테인먼트의 사업과 지향점, 개그맨을 꿈꾸는 청년을 위한 조언 등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JDB엔터테인먼트는 어떤 회사?

▷JDB엔터테인먼트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개발·제공하는 회사다. 2015년 ‘제이디브로스’로 출발했으며, 개그맨 김대희 씨가 설립했다. 2016년 4월 ‘JDB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바꿀 때 제가 대표이사이자 최고 경영자(CEO)로 취임했다. 당시 33살이었다.

-어떻게 JDB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됐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대학생 때 공인회계사(KICPA)에 합격했다. 대학교 졸업 후 삼정회계법인에 합격해 2009년 1월부터 2010년 중반까지 회계, 기업 컨설팅, 인수합병(M&A) 등 여러 업무를 했다.

이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아서 투자해주는 벤처캐피털(VC)인 포스코기술투자, 블루런벤처스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일했다. 포스코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던 2011년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직방’을 운영하는 직방 등 몇몇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했는데, 그 기업들이 다 잘 됐다. 2010년 설립된 직방은 줄곧 성장해 몇 년 전 유니콘(설립 10년 미만이면서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등극했다.


2012년 중반 무렵부터 2016년 JDB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오기 전까지 블루런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했다. 블루런벤처스에서 일할 때 김대희, 김준호 씨를 알게 됐다. JDB엔터테인먼트 설립 초기 김대희 씨가 경영·재무·수익 창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저한테 경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연예 기획사를 경영해보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블루런벤처스에서 받던 연봉보다도 훨씬 줄여서 JDB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왔는데, 지금 연봉이 당시 연봉 수준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

-김준호, 김대희 씨와 대표님의 역할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우리끼리 재미있게 정한 게 있다. 김준호 씨는 즐거움·재미 분야에서 최고 책임자를 의미하는 ‘Chief Funny Officer’에서 따온 ‘CFO’, 김대희 씨는 최고 웃음 책임자를 의미하는 ‘Chief Smile Officer’에서 따서 ‘CSO’라고 부른다.

두 사람의 성향이 많이 다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땅을 매입해서 씨를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는 상황에 비유해보겠다. 김준호 씨는 어떤 땅을 구입할지 땅 보러 다니는 능력이 뛰어나고, 저는 김준호 씨가 물색해온 땅을 구입할지 말지 판단한 후 씨를 뿌리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김대희 씨는 씨앗이 싹을 틔우면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도록 비료, 물 등을 주면서 가꾸는 일에 능하다.


김준호 씨는 추진력이 뛰어나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것을 잘한다. 새로운 기회 창출에 늘 관심이 많다. 김대희 씨는 김준호 씨가 뭔가 벌여놓은 게 있다면 이를 집중하고 키우는 것을 잘한다. 세심하고 면밀하다.

-JDB엔터테인먼트가 하고 있는 사업은.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기 전에는 서울 홍대 등에서 여러 공연도 하는 등 여러 사업을 벌였지만, 지금은 크게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활동 등을 기획·관리하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유튜브를 주축으로 한 미디어 콘텐츠 사업 등 2가지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수익원은 매니지먼트 사업이다.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이 많던데.

▷JDB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 제작에 깊이 관여하는 유튜브 채널은 홍윤화·김민기의 ‘꽁냥꽁냥’, ‘꼰대희’, ‘얼간 김준호’ ‘민경장군’, ‘뭐든하기루’, ‘제이디비디오’ 등 총 6개가 있다.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33만명 ‘꼰대희’이다.


-누가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나.

▷개그맨들은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제작자들이다. 개그맨들은 대체로 번뜩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어서 여러 콘텐츠 아이디어를 낸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뛰어나도 이를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었을 때 꼭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JDB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팀에서 개그맨들과 콘텐츠 구상·기획 등을 조율한다.

-어디서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나.

▷유행하는, 대중이 좋아하는 여러 영상을 수시로 보면서 해당 콘텐츠를 심층 분석한다. 소속 연예인이 아닌 다른 연예인들의 유튜브 채널이 인기가 많으면 그 채널도 분석한다.

-유튜브의 주된 수익원은.

▷아무래도 기업 등의 협찬(PPL) 비중이 가장 크다. 아이돌은 인기가 많으면 아이돌의 얼굴 등을 새긴 티셔츠 등 각종 상품(굿즈)을 판매하고, 대중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개그맨들이 굿즈를 만들어서 파는 것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안타깝다.

-추진 중인 신사업은.

▷크게 콘텐츠 확장과 해외 진출 등 2가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확장 방안 관련해서는 영상 재생 시간이 1분 정도 되는 숏폼 드라마, 기획·구성이 아주 탄탄하면서 분량은 약간 긴 영상 콘텐츠, 드라마와 예능이 결합된 콘텐츠 등 앞으로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다.

한국의 코미디를 아시아에 널리 알리기 위해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동남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JDB엔터테인먼트는 개그맨을 육성하고 스타로 만드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데, 이를 동남아에도 적용해보려고 한다.

일본 진출도 목표 중 하나이다. 개그맨 김두영 씨가 일본에 진출하려고 최근에 일본에 가서 일본 방송국과 개그 프로그램 촬영을 하고 왔다. 내년 초 일본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신사업과 별개로 우리나라에서 개그가 더 발전하길 원하는 마음에 우리나라 대학교와 협업해 코미디학과를 개설하고 개그맨을 육성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

-김준호 씨와 김지민 씨는 언제 결혼하나. 누가 더 돈을 잘 버나.

▷두 분이 잘 만나고 있다. 궁금하겠지만 결혼 시기를 밝힐 수는 없다. 김지민 씨가 김준호 씨보다 돈을 더 잘 모은다. 김준호 씨는 후배들한테 소위 ‘퍼주는 선배’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후배들한테 용돈도 주고 밥도 자주 사주느라 돈을 많이 쓴다.

-JDB엔터테인먼트 경영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투자업에 종사하다가 연예 기획사로 와서 가장 당황했던 것은 기업 역량·가치 등을 평가할 때 명확한 숫자·수치로 파악하는 게 힘들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예인과 소속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금으로 얼마를 줘야 할지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JDB엔터테인먼트의 궁극적인 지향점.

▷JDB엔터테인먼트는 지금까지 국민들한테 웃음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을 웃겨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회사, 이른바 ‘K코미디’를 대표하는 회사로 거듭나려고 한다. 거창하지만, 남들이 비웃을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웃긴 회사, 사람들에게 웃음을 가장 많이 주는 회사로 성장하겠다.

우리나라에 여러 코미디 회사가 생겼다가 대부분 사라졌다. JDB엔터테인먼트가 한국 코미디의 명맥을 잇는 회사, 저를 포함해 창업자들이 이 세상에 없어도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JDB엔터테인먼트의 지향점이 웃긴 회사라서 그런지 회의할 때 서로 웃기려고 경쟁하는 것 같다.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회의 분위기가 유쾌하다. 가끔은 ‘서로 웃기려고 회의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개그맨을 꿈꾸는 학생, 청년을 위한 조언.

▷예전에는 방송국이 공채 제도를 통해 개그맨을 뽑았다.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개그맨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개그맨이 되려면 우선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끼를 갖고 있어야 하고, 웃기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끼가 없는 사람이 개그맨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개그맨들은 무대에서 청중을 신나게 웃겼다가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서 내려와 씻을 때 남몰래 울 수도 있다. 상처받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쉽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남을 웃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개그맨은 최고의 직업이 될 수 있다. 웃기면서 돈도 버니까 최상 아니겠나.

-코미디 대표 간판 프로그램으로 꼽혔던 ‘개그콘서트’가 최근에 부활했지만, 개그 콘텐츠 시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개그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웃음을 만들고 파는 사업은 인류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같이 시작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웃음 사업(비즈니스)은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을 어떻게 웃길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람들을 웃기는 방법은 변할 수 있지만 인류가 생존하는 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경영인으로서의 목표 말고 개인적인 인생 목표는.

▷인생 모토가 ‘즐기면서 살자’이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이다.

신수현 기자

* 신기자 톡톡은 화제의 인물, 특정 분야에 성공한 사람, 독특한 인생을 살고 있거나 살아온 분, 특수 직종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연재 코너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의 ‘+구독’을 누르시면 놓치지 않고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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