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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김정은 “언제 가도 통일 안돼”…남북관계 근본 전환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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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한은 지난 26일부터 개최되었던 연말 전원회의가 30일 결속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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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대남 부문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1991년 맺은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명문화했다. 지난 32년간 남북은 이 같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전제로 대화와 교류 협력을 해왔다. 북한이 이를 전환하겠다고 공식 선언함에 따라, 2023년 강대강으로 치달은 남북 관계가 새해에 회복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조선중앙통신(중통)은 12월26~3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 결과와 함께 김정은 총비서가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이라 부르며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여기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이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 7월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헌법에 통일 추구 의무를 명시했기에 남북을 두 나라로 보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김 총비서는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며 “우리(북)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사시 핵무력을 포하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남한을 민족이나 선린우호 관계가 아닌, 철저한 국가 간 적대 관계로 보아 통일이나 협력을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 군사적으로 승리를 지향하는 관계로 본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을 교전국 관계로 설정하면, 같은 민족에게 핵을 겨눈다는 모순을 피해 남쪽에 대한 핵 사용을 주장하고, 한미일의 확장억제에 대응해 핵 능력을 활용할 공간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적대적인 국가와 대화할 수 없다는 것으로, 북한이 고려연방제(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 등의 통일 정책도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총비서는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 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비서는 한반도 정세 악화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돌렸고, 핵무력 증강을 국방 과제로 내세우고, 해군 전력 향상, 무인무장장비 개발과 생산을 추진할 것도 주장했다. 그는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며 강경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남조선 놈들과 반공화국 핵 대결강령인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조작(작성)하고 핵무기 사용의 공동계획 및 실행을 목적으로 한 ‘핵협의그룹’(NCG)을 신설, 가동했으며 우리에 대한 핵전쟁 흉계를 극구 추진해나가고 있다”며 “변천하는 국제 정세에 맞게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드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우리 국가의 지지 연대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증대하고, 2024년 미국 대선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고자 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며 “북한이 해군 전력을 강조한 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없이 이뤄지기 힘든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보고를 통해 김 총비서는 “알곡은 103%, 전력·석탄·질소비료는 100%, 압연강재는 102%… 살림집은 건설 중에 있는 세대수가 109%로서 인민 경제 발전 12개 고지가 모두 점령됐다”며 경제 성과를 열거했다. 안으로는 민생을 꼼꼼히 챙기는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해 북한 체제를 묶어 세우고, 밖으로는 대북 제재 강화 등에도 불구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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