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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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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시장경제 원리에 안 맞아” vs 野 “과도한 이익 세금 물려야” [심층기획-野, 횡재세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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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은행권에 ‘상생금융’ 지속 압박

민주 “자릿세 뜯느니 횡재세가 낫다” 주장

금융위 “실물경제에 악영향 줄 것” 경고음

전문가, 은행 사회적기여 제도화엔 공감

“횡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정의가 먼저”

“설익은 법안 논의는 오십보백보” 지적

일각 “차라리 법인세 통해 부담 지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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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30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사실상 은행권의 ‘상생금융 시즌2’가 개막했다. 실제 두 달 가까이 지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낸 이자를 돌려주는 총 2조원 규모 상생금융안을 내놨다. 이미 올 2월에도 윤 대통령의 ‘돈 잔치’ 발언 이후 은행권이 3년간 10조원을 공급하는 상생금융 강화안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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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정부가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횡재세’를 띄웠다. 횡재세는 기업이 그들 노력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얻은 과도한 이익에 대해 물리는 세금·부담금을 뜻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자릿세를 뜯을 게 아니라 정당하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며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끌어낸 상생금융을 법 바깥의 ‘자릿세’에 비유하고 법 테두리 안 세금으로 걷는 게 낫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실제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이 횡재세법(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고, 여기에 이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이개호 정책위의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등 야당 의원 55명이 참여해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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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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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과 은행권은 여기에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에 불안정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정부·여당이 올해 은행권으로부터 끌어낸 상생금융이 ‘관치 금융’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자승자박’이라는 평도 나온다. 그렇다고 지금 국회서 논의 중인 횡재세법을 ‘정답’이라 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횡재’라는 개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설익은 법안을 논의 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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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적” vs “은행업도 과점시장”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횡재세법을 놓고 일합을 겨뤘다. 회의록(11월29일)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여야 위원들은 은행권의 사회적 기여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횡재세법에 대해선 금융위와 여당이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고, 야당은 이에 “일종의 과점 시장인 은행업 특수성을 고려하면 적절치 않은 지적”이라고 맞섰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횡재세에 대해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경고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횡재세 명목으로 거두게 될) 이 돈 가지고 나중에 적자 보전하면서 전부 대손충당금으로 써야 될 수도 있는 돈인데 이런 걸 정부에서 가져가고 나서 어떡할 거냐”고 했다. 윤한홍 의원은 “(횡재세법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기업이 하다가 적자를 보면 정부가 또 다 메워 줘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지 않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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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저희가 다루는 건 일반적인 이득이 아니다”라며 “(횡재세의 타깃은) 은행이 기준금리 변동에 따른 예대마진(대출로 받은 이자에서 예금에 지불한 이자를 뺀 부문)을 이용해 이익을 얻은 경우에 이걸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상생금융과 같은) 금융 당국에 의한 시장 개입인 관치 대신에 국회가 논의를 거쳐 (이를) 제도화하는 게 훨씬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법으로 뜯는 자릿세’ 안 되려면

전문가들 또한 은행권의 사회적 기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을 표한다. 다만 현재 국회서 논의 중인 횡재세법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었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IT금융경영학)는 통화에서 “정부가 은행을 대상으로 일종의 관치 금융으로 (상생금융을) 유도하는 건 부적절하니깐 그걸 제도화한단 취지는 좋다”면서도 “금융에서 ‘횡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 논의가 없다면, 횡재세법 또한 ‘법으로 뜯는 자릿세’ 이상이 될 수 없다. 말 그대로 오십보백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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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 정무위서 심사 중인 횡재세법의 경우 ‘지난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은 경우 이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상생기금 기여금으로 부과·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며 단순히 과거 대비 일정 수준 이상 수익을 거뒀다고 해서 횡재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횡재는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이득”이라며 “은행의 이자수익에 대해 ‘천수답 경영’(정책 변화·부동산 경기 등 외부 조건에만 의존하는 경영)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걸 횡재로 보고 부담을 지우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과거 20년간 장기 추세를 감안할 때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수익엔 횡재적 성격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며 “우리 은행권의 이자수익은 기준금리, 부동산 시장과 강하게 연동돼 있어 충분히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현재 국회 심사 중인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직전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을 횡재세 부과 기준으로 본다는 건데, 시장 흐름을 보면 앞으로 아주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기여금을 안 걷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차라리 횡재세 대신 법인세를 통해 은행의 과도한 이자수익에 대해 부담을 지우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중대형 은행에 한해 다른 기업 대비 3%포인트 높은 법인세를 걷고 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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