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당무 개입 논란…'소통 부재' 지적도
고물가 지속 등 체감 민생 어려워
노동계 위법 관행 타파 등 일부 성과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자주 언급하며 이념 정치를 소환했다. 지난 26일 국무회의 주재 모습.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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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에 '이념 전쟁'을 선언했다. 조직적인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 등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지속해 메시지를 냈다. '싸워야 한다'고 규정한 대상과 협치가 될 리 없었다. 여소야대의 불리한 국회 지형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해 넘긴 공은 거부권 행사로 맞섰다. 여당 당권주자들와의 마찰,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등 당무개입 책임론도 불거졌다.
'이념 척결'은 정치뿐만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과도한 정치와 이념이 경제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막겠다"라고 공언했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할 만큼 꾸준한 친기업 행보로 재계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글로벌 회복세 국면에서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하락했고,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역대급 세수 펑크 사태에도 법인세 감면과 건전 재정 기조를 고집하면서 내수 침체가 심화하고 정부 재정은 나빠지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 분야에선 교육·노동계를 향해 '카르텔 타파'를 외치며 역대 정부와 색다르게 접근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인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은 더디게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에도 제1야당 대표와 정식 회동을 갖지 않았다. 지난 10월 31일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 환담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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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중요"...협치 실종·당무 개입 논란까지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차부터 공식 석상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추종 세력'을 자주 언급하며 야권을 겨냥했다. 지난 6월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 축사에서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한 데 이어, 8월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달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선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며 보수 정당의 이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전체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공고히 하고 확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사실상의 '이념 전쟁' 선언으로 해석됐다.
지난 8월 논란이 된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는 윤 대통령이 촉발한 '이념 논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국방부가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아 홍 장군 흉상 이전 추진 계획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흉상 이전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한번 어떤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로 여야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정식 회동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 환담에서 짧게 대화를 나누는 데 그쳤다. 내달 3일 만남이 예정된 신년 인사회에서도 통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협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야당은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 12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도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 선출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당무 개입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8월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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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의 관계 설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올해 초 여당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무 개입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를 당원투표 100%로 선출한다고 전당대회 규칙을 바꿨고,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또 다른 당권주자였던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이른바 '안윤(안철수·윤석열) 연대' 발언을 대통령실이 강하게 문제 삼기도 했다. 결국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소통 부재'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이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이 잠정 중단된 것은 물론 이례적으로 신년 기자회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모두 건너뛰었다. 윤 대통령은 강서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 달라"고 참모진에게 주문했지만 이후 체감할 정도의 변화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내년 법인세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떡볶이를 맛보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 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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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펑크에도 건전재정 유지...'경제 성장률' 빨간불
윤 대통령은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건전재정 기조 유지'를 올해 경제 분야 최대 성과로 꼽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고,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여권에서조차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건전재정 기조를 지켜 물가를 잡고 국가신인도를 유지해 경제가 선방했다는 것이다.
친기업 행보에도 윤석열 정부의 올해 경제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친다. 대통령실 경제 참모와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 반등)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그러나 경제 성장률은 당초 목표한 1.6%에서 1.4%로 하향 조정됐다. 수출도 최근 반등했지만 지난해보다는 쪼그라들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수출입 평가 및 2024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대비 7.8% 줄어든 6300억달러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지난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같은 외부 변수 외에도 미·중 갈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기조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물가도 확실히 잡지 못해 경제 반등 분위기가 체감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3%대에 머물러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시장경제 원칙을 지켰다"고 자평했지만, 이에 역행하는 행보도 보였다. 대표적인 게 지난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다. 윤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주식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공매도 금지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총선을 겨냥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조치로 윤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3대 개혁 중 노동 분야가 가장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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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도 교육도 '카르텔 타파'...연금개혁·저출산 문제 소극적
윤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분야는 노동 개혁이다.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를 엄격하게 대응한 점이 성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56만357일로, 지난 정부 대비 57.6% 줄었다. 각 사업장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교섭이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노사분규 1건당 평균 지속일수도 9일로, 문재인 정부 2년차인 2018년과 비교해 절반 넘게 하락했다. 또 조합원 수 1000인 이상 노조·산하조직의 약 90%가 회계 정보를 공시했다. 노조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등 위법 조항이 담긴 단체협약을 적발해 '노조 고용세습' 관행도 타파했다. 근로시간 개편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노동계와의 장기간 협상 단절로 진행이 더딘 상태다.
교육 개혁 중에서는 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 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떼어내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를 조성하기로 밀어붙인 점이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유아교육·보육 통합과 초등 늘봄학교, 대학 정원규제 완화, 교육부 평가 폐지 등은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이 커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내신 상대평가 유지 등 취지가 서로 어긋나는 정책도 있어 교육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금 개혁과 저출산 문제 등 국가 중장기 과제에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6일 국립어린이박물관 개관식 참석 모습.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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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은 3대 개혁 중 가장 표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부가)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선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준비했다"고 자평했지만,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개혁 방안 없이 국회에 넘기면서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저출산 문제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국가 과제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올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단 한 차례 주재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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