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차용하면 독자들을 빠르고 쉽게 작품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만, 어디서 본 듯하거나 비슷비슷 이야기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맨땅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쌓아 올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이 상상의 영역인 판타지 장르라면 더욱 그렇다.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 '무한의 마법사'는 판타지 장르에서 당연하게 쓰던 기존 개념들을 덜어내고 독특한 마법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웹툰 '무한의 마법사' |
주인공은 사냥꾼 집안의 업둥이로 자라나 마법사가 되는 아리안 시로네다.
어릴 적부터 영특했던 시로네는 마법 학교 교장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마법사에게 필수적인 '스피릿 존'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고, 귀족 오젠트 가문의 도서관 정리 업무를 맡으며 방대한 지식을 익히게 된다.
평민이라는 신분적 한계에 부딪히지만, 친구이자 오젠트 가문 셋째 아들 리안의 도움으로 마법 학교에 입학하고 그 안에서 친구들과 라이벌을 만나며 점차 성장한다.
재능있지만 신분이 낮은 주인공 성장 서사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이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신선한 세계관이 이를 상쇄한다.
마법사의 정신력을 발현시켜 마법을 시전하는 공간인 '스피릿 존', 전사가 자기 신체를 자각하고 강화하는 '스키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설정을 뒷받침하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양자, 광자, 니르바나와 같은 과학과 철학 개념을 다수 활용했다.
이 때문에 그 어떤 아카데미물(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웹소설 장르)보다도 아카데믹하다는 느낌도 든다.
자기의 존재를 지운다던가 무한의 공간에서 맞닥뜨리는 우주 등 관념적인 설명이 자주 나오지만, 이를 웹툰에서 어색하지 않게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
웹툰 '무한의 마법사' 한 장면 |
느리지만 차근차근 쌓아가는 이야기 흐름이 눈에 띈다.
최근 판타지 웹툰에서는 흥미를 끌 만한 에피소드나 캐릭터에서 시작해 나중에야 큰 줄기의 본론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서사가 대세가 되고 있다.
마치 손가락부터 시작해 몸통 전체를 그려나가는 식인데, 자칫 잘못하면 인체 비례가 맞지 않는 그림처럼 어색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왕왕 있다.
반면 '무한의 마법사'는 뼈대를 잡고 살을 붙여가는 정공법으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때문에 주인공의 유년기를 다룬 초반부는 지루한 감이 있지만, 결국 독자가 시로네의 성격과 고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원작 웹소설의 분량은 외전을 포함해 약 1천300화에 달한다. 주인공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 나가다 보면 제목처럼 무한한 이야기에 도달하게 될지 모른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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