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군 공세 2개월... 군정, 쿠데타 후 첫 위기
"군부, 근본적 문제 무시... 해결 의지도 없다"
미얀마 '형제 동맹' 소속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원들이 지난달 24일 미얀마 북부 샨주의 흐센위 마을에서 군부로부터 빼앗은 장갑차 주변에 모여 대화하고 있다. 샨=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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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일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정이 위기를 맞았다. 반군의 저항에도 3년 가까이 무서울 게 없어 보였으나, 내전의 풍향은 지난 10월 27일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과 인접한 북부 샨주(州)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AA·라카인족)과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중국계 소수민족), 타앙민족해방군(TNLA·타앙족)이 결성한 ‘형제 동맹’ 때문이다.
정부군에 대한 맹공이 시작됐고, 이후 카친독립군(KIA·카친족) 등 다른 무장단체와 민주 진영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도 힘을 보탰다. 군부는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공격이 아닌 방어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판세의 전면적 변화로 보기엔 이르지만, 군정 지배 구도에 균열을 내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세에 몰린 군정은 부랴부랴 대화를 제안하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형제 동맹의 주역들은 출범 2개월을 맞아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장의 공세를 피하려는 꼼수이며, 휴전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KIA와 협력하며 카친족 자주독립을 지원하는 카친전국기구(KNO)의 흐칸파 사단 외무장관(17일·화상)과 아라칸군 및 조직의 정치국 격인 아라칸연합동맹 까잉 뚜카 대변인(25일·서면)으로부터 교전 지역 전황과 대응 방향을 들어 봤다.
흐칸파 사단 카친전국기구(KNO) 외무장관이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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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300곳 넘는 전초기지 확보
형제 동맹이 “미얀마 국민의 염원인 억압적 군사 독재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지 두 달 사이, 정부군은 반군 연합에 잇따라 패퇴했다. 뚜카 대변인은 “아라칸군은 북부 지역 5개 주에서 주요 군 주둔지 140여 곳을 빼앗고, 정부군 고위 지휘관과 병사 수백 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들의 활약도 합치면 지금까지 8,000㎢ 넘는 지역에서 300곳 이상의 전초기지가 동맹군 손에 넘어갔다. 포병 시스템 등 핵심 군사시설도 반군에 점령됐다고 한다.
요충지를 속수무책으로 빼앗긴 정부군은 전의를 상실했다. 전투 현장에선 반격 능력도, 물자도 부족한 군인들의 탈영과 항복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뚜카 대변인은 “군정의 철권통치로 사회·경제·교육 등 모든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한때 군부를 지지했던 이들마저 염증을 느끼고 무기를 든 채 (저항군에 합류해) 싸우고 있다”며 “군부는 자신들의 행위 때문에 자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인 지역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폭격, 유혈탄압에 군부 내에서도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얀마 북부 샨주의 한 마을 건물이 지난 18일 정부군 폭격으로 무너져 내려 있다. 아라칸군(A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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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쥘 사람이 줄어들자 군정은 무리수를 동원하고 있다. 탈영병 가족에게 군사 훈련을 시키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운전사·기계공 등을 모집한다’는 가짜 구인 공고를 내 청년을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 “휴전하자”... 반군 “못 믿어” 일축
‘돈줄’ 역할을 하던 국경 지대 무역 거점을 빼앗긴 군부는 뒤늦게 “정치로 해결하자”며 전투 중단을 요구했다. 중국 중재하에 반군 대표단과 군부가 이달 14일 한 테이블에 앉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후 “평화회담에서 양측이 임시 휴전과 대화 유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은 없다. 휴전 논의를 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유는 ‘군부를 믿을 수 없어서’다. 사단 외무장관은 줄곧 평화를 외면하던 군부가 현시점에 손을 내민 점을 꼬집으며 “전쟁 패배 가능성이 커지고 나서야 대화에 나서는 건 독재자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뚜카 대변인은 “군부는 테러 집단일 뿐이며, 그들의 말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까잉 뚜카 아라칸군·아라칸연합동맹 대변인 |
잠깐의 평화를 위해 전투를 중단하면 ‘미얀마의 봄’(자유)이 더 멀어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병사들의 희생이 줄어들 순 있겠지만, 군부 독재를 완전히 끝장내진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뚜카 대변인은 “민 아웅 흘라잉(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의 (휴전) 요구에 국민을 위한 진심이 담겨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는 현재 그들이 패배하는 지역에서의 휴전만을 언급할 뿐, 근본적 문제와 해결책은 무시한다. 진정한 해결 의지도, 나라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도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AA)이 지난 19일 북부 샨주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AA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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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타도 위해 투쟁 이어갈 것”
두 사람은 모두 소속 단체의 최종 목표로 ‘자치권 확보’를 꼽았다. 미얀마 내 소수민족이 자율성을 갖고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도 다짐했다. 다만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전에 ‘군부 타도’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48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미얀마가 벗어난 이후에도 소수민족들은 줄곧 군부의 탄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참에 독재 군정의 뿌리를 완전히 뽑지 못하면, 압제의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군부를 향한 전 세계의 압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단 외무장관은 “군부 폭정으로 아이들은 굶어 쓰러지고 목숨을 잃는 등 미얀마는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반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가해자인 군부가 국제사회에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한국도 끝까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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