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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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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실사영화 외면' 한국 관객, 고레에다 감독 영화는 왜 사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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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괴물' 33만 관객 예술영화 26일째 1위
일본 예술영화 약세 한국서 흥행성 갖춰
보편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영화로 팬덤
한국일보

영화 '괴물'은 24일까지 관객 33만 명을 모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명성에 시나리오 작가 사카모토 류지의 지명도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캐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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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개봉해 이달 24일까지 26일 연속 흥행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모은 관객은 33만 명. 10만 명이 봐도 대박 수식이 붙는 독립ㆍ예술영화 분야에서 일본 영화 ‘괴물’이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아닌 일본 실사영화, 특히 예술영화로서는 이변이라 할 성취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이라 가능한 기록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이와이 슌지 이후 팬층 가장 두꺼워


일본 실사영화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국내 극장가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았다. 지난해 개봉한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117만 명), 2018년 선보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ㆍ46만 명)처럼 몇몇 청춘 로맨스물을 제외하면 흥행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드물다. 예술영화 쪽에서는 특히나 약세를 드러냈다.

고레에다 감독 영화들은 예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가 12만 명을 모았고,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는 10만 명이 봤다. ‘태풍이 지나가고’(2016)는 9만 명, ‘어느 가족’(2018)은 17만 명이 각각 찾았다. 2016년 뒤늦게 개봉한 데뷔작 ‘환상의 빛’(1995)은 2만 명을 모았다. 국내에서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송강호와 강동원, 이지은(아이유)이 출연한 한국 영화 ‘브로커’(2022)를 연출하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러브 레터’(1995)의 이와이 슌지 감독 이후 팬덤이 가장 두꺼운 일본 예술영화 감독이다.

고레에다 감독의 시장성은 치열한 수입 경쟁에서 알 수 있다. 고레에다 감독 영화는 입찰을 통해 국내 수입사가 정해지곤 한다. 일본 배급사가 수입가를 포함해 개봉과 홍보 계획에 대한 보고서까지 종합 검토해 수입사를 최종 결정한다. ‘괴물’의 수입사 미디어캐슬의 강민하 이사는 “일본 영화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버스 광고를 잘 안 한다”며 “‘괴물’은 버스 광고를 포함해 번화가 전광판 광고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네필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예술영화"

한국일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해 5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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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객들은 왜 고레에다 감독 영화에는 열광하는 걸까. 우선 화의 내용과 표현 방법이 한국인의 정서와 맞아서다. ‘아무도 모른다’(2004)와 ‘세 번째 살인’(2017)처럼 사회비판적 내용을 차가게 그린 경우가 있기도 하나 고레에다 영화는 대체로 따스하다. 배다른 자매들의 우정(‘바닷마을 다이어리’), 아이들의 모험극(‘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병원에서 아들이 뒤바뀐 두 가정의 사연(‘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각자 불우한 환경에서 유사 가족을 형성한 사람들 이야기(‘어느 가족’) 등이 한국 관객의 마음을 샀다. ‘괴물’은 두 소년을 통해 일본 사회에 드리운 편견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일본 예술영화는 극단적인 내용과 표현을 담은 경우가 많으나 고레에다 감독은 다르다”며 “시네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가족 소재 영화로 팬들을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꾸준히 발표해 온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아무도 모른다’와 ‘브로커’로 야기라 유야와 송강호에게 남자배우상을 안겨줬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어느 가족’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괴물’은 각본상을 각기 수상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빠짐없이 참여해온 친한파 이미지가 친숙함을 형성하기도 했다. 강민하 이사는 “부산영화제 참여 등 국내 활동으로 호감도가 높은 점도 영화 흥행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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