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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단독] 의사고시 실기시험, 이젠 가상현실에서… 메타버스 올라타는 국가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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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학생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해부학 실습을 하는 모습/사진=VR GATE 홈페이지



정부가 의사 국가고시에 메타버스 도입을 추진한다. 자격시험의 형평성을 높이고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21일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 국가 R&D(연구개발) 통합공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연구개발본부는 지난주 '메타버스를 활용한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평가 문항(모듈) 개발 연구' 용역 사업을 발주했다. 정부는 3년간 1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평가 모듈을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 용역에서는 △국내외 메타버스 기술 활용 현황 조사 및 검토 △의사 실기시험 적용을 위한 구체적 적용 방안 수립 △버추얼 실기시험 모듈 개발에 따른 유효성 검증 △의사 실기시험 도입을 위한 실행방안 도출 등이 이뤄진다.

국시원은 2021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의 진료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기존 진료와 술기로 구성된 12개 문항을 10개 문항으로 변경하고 모든 시험 문항에서 SP(표준화 환자)를 진료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표준화 환자란 의료 계통의 교육이나 평가를 위해 실제 환자와 같이 연기하도록 훈련받은 표준 모의 환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의과대학 학생들의 교육 및 실기시험에서 환자를 연기하며 학생들이 얼마나 올바르게 환자를 배려하며 진료하는지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시험 방식이 이처럼 바뀌면서 실기시험을 위해 표준화 환자가 많이 필요해졌다. 이에 국시원은 실기시험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표준화 환자 교육 및 훈련 등에 많은 인적·물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표준화 환자는 실기시험에서 평가 등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어 교육 및 훈련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때문에 지원자 모집 및 교육자 섭외 비용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면서 표준화 환자가 격리돼 시험을 치르는데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메타버스를 도입으로 표준화 환자 교육 및 훈련 등에 들어가는 인적·물적 노력을 줄이고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시원은 제안요청서에서 시험의 공정성과 표준화 환자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진료실 메타버스 환경과 결합한 실기시험 평가를 위한 모듈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시원 관계자는 "실기시험에 많은 표준화 환자가 필요하다 보니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자는 취지에서 연구 용역을 발주하게 됐다"며 "일부 대학에서도 수업 과정에서 모의 환자를 이용하거나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등 교육과정 자체가 변화하는 추세기도 해서 공부한 내용과 실무적인 부분을 모두 시험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실기시험에 메타버스가 도입된다면 전국 모든 의과대학에 같은 수준의 시스템이 구비돼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지금 교육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쓰이고 있는 메타버스는 아주 기초적인 기술인 만큼 시험에 활용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발전과 충분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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