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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배상 확정' 징용피해자 추가…'제3자 변제' 해법 다시 시험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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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됐던 소송 확정판결 잇따를 듯…재원 마련이 문제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2차소송' 대법서 승소 확정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오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21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최종 승소한 원고는 일본제철 상대 7명,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4명 등 총 11명이다.

피고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배상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이번 승소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제3자 변제 해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변제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재원을 가지고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해법 발표 당시 정부는 2018년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게 이를 적용하고,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에서도 향후 원고 승소가 확정되면 동일한 방식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정부의 해법 발표 이후 제3자 변제 적용 대상이 처음으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재원이다.

배상 확정판결을 받아 제3자 변제 적용 대상이 되는 피해자는 계속 나올 텐데 재단이 확보해둔 기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재단은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로부터 40억 원을 출연받아 1차적 기금을 마련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 일부 민간 기업·단체들도 기부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홍근 의원실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재단에서 확인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재단에 접수된 기부 건수는 포스코를 포함해 모두 11건, 합산 금액은 41억1천400만원이었다.

이 기금으로 재단은 피해자 15명 중 해법을 수용한 11명에게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왔다. 남은 기금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지출된 금액과 앞으로 늘어날 확정판결 피해자를 고려하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판결로 피해자 한명당 1억원∼1억5천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이자가 지급돼야 한다.

앞으로도 배상 확정판결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대법원은 오는 28일에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 판결 2건을 선고하는데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질문에 "민간의 자발적인 기여 등을 포함해 재단이 목적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외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들의 출연 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박홍근 의원실이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들을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은 향후 출연계획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와 재단은 추가 확정판결 피해자들을 만나 제3자 변제에 대해 설명하고 수용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기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설득력을 갖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앞서 2018년 확정판결 피해자 15명 가운데서도 4명이 해법 거부를 고수해 정부가 이들 몫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뒤 관련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회견 참석한 하야시 신임 관방장관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하야시 요시마사 신임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5 passion@yna.co.kr


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일본은 여전히 자국 기업들의 기금 참여에 선을 긋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다른 소송도 원고 승소로 판결될 경우 한국의 재단이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를 이미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맞춰서 한국 정부가 대응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책임을 덜어 준 제3자 변제 해법이 결국 현재와 같은 한일관계, 나아가 한미일 안보협력 복원의 토대가 된 만큼 일본도 이제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3자 변제 해법이 흔들리면 한일관계도 다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노력만으로 이를 지탱하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의 추가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정부 차원에서 민간에게 자발적인 기여를 독촉하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희도 그런 관점에서 좀 더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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