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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교권 추락

충남 이어 서울에서도…학생인권조례, 10여년 만에 '존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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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조례, 교권추락 불러왔다" vs "학생 인권과 교권, 충돌 안해"

전북·경기서도 개정 움직임…나머지 시도도 갈등 확산 가능성

연합뉴스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13 jjaeck9@yna.co.kr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지난주 충남에서 전국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데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추진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10여년 만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된 만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학생 인권과 교권이 충돌하지 않는 만큼 학교에서부터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존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학생인권조례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충남 이어 서울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추진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전날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폐지안)'의 수리 및 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폐지안은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 조례 청구를 받아들여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3월 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당초 이날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교육위원회에 상정한 뒤 2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2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지난 4월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폐지안에 위법성이 있다며 폐지안 수리 및 발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달 법원에 집행 정지를 요청했는데, 이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폐지안 상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폐지안 수리 및 발의 무효 소송은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은 금방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충남에서도 폐지안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지만, 결국 폐지안을 다시 발의해 지난 15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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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의결
지난 15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의결됐다는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두발 규제·체벌 등에 반발해 7개 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에서 처음 제정된 뒤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인천, 제주 등 7개 시도에서 차례로 제정돼 시행 중이다.

학생 인권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모든 교육활동에서 우선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부분의 학생인권조례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체벌 등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학습에 관한 권리, 자율학습·방과후 학교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담고 있다.

당시 엄격한 두발 규제가 남아 있어 학생들의 반발을 부른 학교가 많았던데다, 교사들의 체벌로 학생들이 피멍이 든 사진 등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의 이러한 과도한 체벌을 줄이고,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서 도입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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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앞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교권침해 논란'에 폐지 움직임 잇따라…당분간 갈등 불가피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교사들의 학생 지도와 교육활동이 위축됐다는 점이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때문에 학생들이 교실에서 위험한 행동을 해도 신체적으로 제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수업 중 학생이 휴대전화를 몰래 사용하고 있어도 '사생활의 자유' 조항 때문에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권 추락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졌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학생, 교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담은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조례 예시안)을 마련해 각 교육청에 안내했다.

학생 인권을 우선 존중해야 한다는 학생인권조례와 달리, 조례 예시안은 '학교 구성원은 상호 권리를 존중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학생인권조례가 담았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을 취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은 빠졌다.

현재 충남, 서울을 제외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5개 시도 가운데 전북과 경기 등 2곳에서 조례 폐지·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의회에서도 국민의힘 주도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교육위원회에 상정하려 했다가,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불발되는 등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학생과 교원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조만간 다른 시도에서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이나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정은 자치입법권 영역이어서 각 지자체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각 시도의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정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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