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연대와 공생’ 주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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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 100여명이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을 만류하는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앞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도 이 전 대표 신당 창당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당내 반발에 신당 창당 추진력은 약해지고 내부 참여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외부 세력과의 연대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 전 대표가 창당을 공식화했지만 청사진을 그리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득구·강준현·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부터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추진 중단 호소문’이란 제목의 글에 당내 의원들의 연서명을 받고 있는데 이날 오후 9시 기준 1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득구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는 것”이라며 “계파색이 엷은 세 의원 중심으로 (당내 의원들의) 합의를 (얻어)보자고 제가 제안을 했다. (서명에 참여한 의원이)100명이 넘으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앞서) 일주일 동안 당내 의견을 들어보니, 계파·선수 불문하고 (창당에) 공감하는 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당사자께서는 모르고 계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우려하는지, 의견을 모아서 알릴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어서 연명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호소문은 “이낙연 전 대표님, 신당 창당 추진을 즉시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세 의원은 “지난 대선, 우리는 0.73%포인트라는 작은 차이로 패배했다. 비록 작은 차이이지만 그 후과로 경제 폭망과 민주주의 후퇴가 찾아왔다”며 “우리는 이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 어느 때보다 단결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님은 2020년 7월, 당대표 후보 출마 선언문에서 ‘민주당에서 20년 넘게 혜택을 받은 민주당에 헌신으로 보답하겠다. 그것이 영광스러운 책임이다’라고 민주당원과 국민들 앞에 약속하셨다”며 “이낙연 전 대표님이 계실 곳은 선친이 평생 사랑하신 민주당이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정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민주당에서 함께 해주시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 전 대표의 창당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더 강하게 단결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님께서 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민주당 안에서 역할을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더 이상 신당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SNS에 “어제 출판기념회에 오신 모든 분들이 하나같이 민주당 단결, 이재명 소통, 이낙연 신당 창당 반대”라며 “권력이 없는 야당 민주당은 단결만이 살 길이다. 이낙연 전 대표님 돌아오라. 그래도 고향이 최고”라고 적었다. 김민석 의원은 이날도 SNS에 “사쿠라 반란을 민주당 혁신으로 극복하고 검찰독재 종식의 4월본선에 승리하여 찬란한 서울의 봄, 민주의 봄을 맞이하자”고 썼다. 김 의원은 앞서 이 전 대표의 창당을 ‘사쿠라 노선’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5일 더미래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통합만이 살 길”이라며 신당 창당 중단을 촉구했다.
커지는 당내 반발은 이 전 대표의 활동 반경을 줄이고 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나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과의 연대도 어렵게 되고 있다. 내부에서 힘을 못 받으면 이준석 전 대표 등 중도·보수 세력과의 연합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이낙연 전 대표 측 인사가 저희 측 인사에게 간헐적으로 연락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낙연 전 대표의 직접적 의사표현은 전해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이 “제 3지대에 이낙연 전 대표와 비이재명계 의원들도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이낙연 전 대표는 거기 끼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건국대에서 진행된 박성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낙연 신당에 갈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가 나서 분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 중에 이낙연 전 대표 신당에 함께할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분열) 책임은 결국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 이게 다 이 대표 잘못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수습할 책임이 당 대표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SNS에 당 지도부를 향해 “말로만 통합을 말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해야 한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을 만나야 한다. 마음이 떠난 듯 보이는 이낙연 전 대표도 찾아가 만나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통합위원회를 구성하면 어떻겠냐”며 “꼭 통합위원회 구성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길이 최선인지 토론이라도 하자”고 썼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채널A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획기적인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신당 창당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이 이재명 대표 사퇴 및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분들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획기적인 변화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고,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비대위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신당 창당은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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