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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백원달 작가 "휴지통에서 네이버웹툰 공모 당선 e메일 찾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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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꿈'·'화가 살리에르' 등 잔잔한 웹툰 그려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잔잔하고 마음을 두드리는 만화, 언뜻 보면 화려하고 자극적인 요즘 웹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꾸준히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만화.

백원달 작가가 그리는 웹툰이 바로 그렇다.

연합뉴스

'노인의 꿈' 그리는 백원달 작가
[작가 제공. 재판매 금지]


네이버웹툰 '화가 살리에르', '노인의 꿈'을 그린 백원달 작가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웹툰을 더 자극적으로 그리라는 주변의 조언을 참 많이 받았다"면서 "그런 상업적인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닌데, 제가 쓸 수 있고 그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쪽이더라"고 말했다.

그의 최근작인 '노인의 꿈'만 보더라도 자신의 영정사진을 대신해 자화상을 그리려는 80대 할머니와 중년의 미술학원 선생님을 중심으로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꿈에 대해 풀어가는 잔잔한 웹툰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요즘 웹툰'이 경쟁하는 주류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에서 연달아 두 작품을 연재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화가 살리에르'를 그릴 때 상업적이지도 않고 기존 웹툰이랑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기대가 없다 보니 네이버웹툰 '지상최대 공모전'에 지원하고 완전히 잊고 지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가 갑자기 '작가님 왜 연락이 안 되느냐'는 연락받았다. 알고 보니 휴지통에 공모전 당선 메일이 들어가 있더라. 그 정도로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돌이켰다.

또 "(차기작) '노인의 꿈'은 정말 네이버웹툰 연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다"며 "그래도 미련을 빨리 떨치려고 투고했는데 좋은 반응으로 통과됐다고 연락받았다. 연락받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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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백원달 작가
[작가 제공. 재판매 금지]


백원달 작가가 처음부터 웹툰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다.

학생 시절에는 시인을 꿈꾸며 신춘문예에 수없이 도전했고,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화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의 웹툰들은 때로는 시를 곁들인 그림과 닮아있기도 하다.

웹툰을 접한 것도 남들보다 느렸다.

그는 "스마트폰을 남들보다 4년 정도 늦게 샀다"며 "네이버웹툰 애플리케이션(앱)을 남들보다 4년 늦게 깐 셈인데 그때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림은 벽에 고요하게 걸려있지만, 웹툰은 독자들의 피드백이 온다. 그 점이 제 성향과 맞아서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데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무작정 만화 용지에 연필로 그리고 포토샵으로 채색해서 '도전만화'(네이버웹툰 아마추어 플랫폼)에 올렸지만, 반년이 넘도록 반향이 없었다.

백원달 작가는 "당시 한 독자님이 '절대 만화가가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아주셨다"며 "그 댓글로 문제를 깨닫고 포토샵으로 전부 작업했고, 석 달 만에 베스트도전으로 승격이 됐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곧이어 출간 제안이 와서 '드디어 만화가가 되는구나' 했는데, 두 달간 연락이 안 되더니 결국 무산됐다"며 "직접 출판사 19곳에 연락을 했고 '소녀가 여행하는 법'을 출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1권이 나왔지만, 아직 1쇄가 다 나가지 않아서 8년째 2권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만화를 그렸다"며 "어떻게 만화를 그리고, 먹고 살 수도 있을까 고민하면 인터넷을 보다가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사업' 설명회가 딱 4시간 뒤에 있길래 달려갔고, (지원했다가)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맘때 직업전문학교에서 웹툰 강사로 일하다가 취업점수 미달로 해고되는 일도 겪었다. 그때 전업 작가로 승부를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백원달 작가는 "만화에 한번 올인해보고 싶었다"며 "통장 잔고는 줄어들고 낭떠러지에 선 기분이었다. 생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10편 정도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털어놨다.

이 10편의 이야기 가운데 작가의 대표작인 '화가 살리에르', '노인의 꿈', '인생의 숙제'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이 가운에 '인생의 숙제'는 이미 출간됐고, '화가 살리에르'도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다. '노인의 꿈' 역시 단행본 및 굿즈(상품) 펀딩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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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노인의 꿈'
[네이버시리즈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백원달 작가의 작품에는 어머니의 손길도 닿아있다. 식자 작업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원고를 해서 보내드리면 한글파일에 다 검수해서 다시 보내주신다"며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제가 만화를 한 지 11년 차인데 7년 차까지는 '비리비리'했다"며 "그때 엄마가 마음이 갑갑하셨을 텐데 한 번도 잔소리하신 적이 없다. 제 최초의 복은 엄마 딸로 태어난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노인의 꿈'이 꿈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작가의 꿈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시인을 꿈꿨다가 포기했고, 화가가 꿈이었지만 포기했다"며 "지금은 좋은 만화를 그리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만화를 가르쳐주시는 분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이 듣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더라고요. 그것이 상업적인 만화를 (그리는 법) 아닐까 싶어요. 그 말도 맞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듣고 싶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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