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관존 이강진'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우리는 막연히 무협 소설이나 만화 속 주인공이 의협심과 이타심이 넘치는 인물일 것이라고 상상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클리셰(Cliché·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를 비틀어 냉철하고 때로는 이기적이기까지 한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있다.
'관존 이강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어린 사이코패스를 중심에 놓고, 그의 성장 과정을 그려낸 독특한 매력의 무협 노블코믹스(웹소설 원작 웹툰)다.
주인공 강진은 부유한 상단의 외동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남의 감정에 잘 공감하지 못하고 동물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폭력성을 보여왔다.
강진의 폭력성과 재능을 동시에 포착한 곽노라는 군인이 그의 스승을 자처한다.
기본적인 체력과 무공 훈련이 기본이지만, 무엇보다 중점적으로 가르친 것은 폭력성을 감추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강진을 데리고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숨은 의중을 짐작해보라고 시키는가 하면, 측은지심을 가르치기 위해 작은 동물을 키워보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린아이가 가진 관심과 인정 욕구를 자극해 '대인'이라는 긍정적인 목표를 설정해주고, 이를 위해 본능을 누르는 훈련을 반복한다.
이처럼 주인공의 천부적인 능력이나 이른바 '레벨 업' 식 수직적 성장에 매몰되지 않고, 천재를 인간다운 인간으로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웹툰 '관존 이강진' 일부 |
스승인 곽노가 숨겨진 재야의 실력자가 아니라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도 재미를 더한다.
보병으로 전쟁터에서 10년을 구른 평범한 군인인 곽노는 눈치가 빠르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 이다. 그렇기에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들을 갖고 강진을 가르친다.
강진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 금세 진도가 따라잡히면, 곽노가 머리를 싸매고 새로운 교육법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초반부의 재미 요소다.
이런 주먹구구식 교육 속에서 강진은 스스로 깨달아가며 상당한 수준의 무공을 갖추고 과거에도 급제해 젊은 나이에 포도대장이 된다.
관직에 오른 뒤에도 다양한 고민거리가 강진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사람을 잘 대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100명이 넘는 부하 통솔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살인은 안 된다고 배웠지만, 짐승만도 못한 범죄집단을 마주했을 때 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실수하고 후회하지만, 끝없는 질문 속에서 자신을 다잡아나가는 강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이코패스가 엿보인다.
액션·무협 장르 인기작이지만 정작 화려한 액션 묘사는 많지 않다.
주인공이 타고난 본성과 교육을 통해 배운 가치관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리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묵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 웹툰은 '아비무쌍', '대사형 선유' 등 노경찬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도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