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가급적 빨리 선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교정시설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협약식을 마친 뒤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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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후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최우선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와 당-대통령실 관계 재정립이 여권 쇄신의 핵심으로 꼽히는 가운데, 비대위는 총선 전 마지막 혁신 지휘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된다. 이 자리에 윤 대통령 최측근들이 우선 검토되면서, 당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용산 출장소 오명을 못 벗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중진의원 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연 뒤 “비대위 체제로 빨리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며 “가급적 빠른 시간 내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재옥 권한대행’ 체제는 당헌·당규상 최대 60일까지만 가능하고,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기에는 상황이 긴박하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를 택한 것이다. 윤 권한대행은 다음주 비대위원장 후보를 지명하고,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추인 절차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권한대행은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선거를 앞두고 총선 승리란 지상과제를 달성하는 데 능력과 실력을 갖춘 분으로 모색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다음날인 14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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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를 통한 쇄신이 총선 승리를 꾀할 ‘마지막 기회’인 만큼, 당에서는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와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수직적 당-대통령실 관계를 개선하는 게 변화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 뿌리는 용산”이라며 “누가 되든 용산에 변화를 강하게 촉구할 수 있는 분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비대위원장은 당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용산에 할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이 1순위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층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장관을 의원들과 당원들이 가장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애초 이달 말 ‘원포인트 개각’을 통해 당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으나, 당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조기에 사표를 내고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 장관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윤석열 정부 황태자’로 불리는 윤 대통령 최측근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뜻을 거스를 수 있을지 의문이 붙는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것도 부담이다.
최재형 의원은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현직 법무부 장관이 바로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우리 당 지지층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중도에 계신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인사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느냐가 변수라고 전했다.
한 장관이 고사할 경우, 두번째로 검토되는 인물은 원희룡 장관이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을 맡는 등 ‘공신’으로 꼽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기획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부동산이나 교통 분야 비전문가임에도 국토부 장관에 중용됐다. 정치인 출신인 그는 당과 정치를 잘 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이 단점일 수 있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변화가 절박하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기대를 다시 살릴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빠른 변화가 필요하며, 야당보다 훨씬 더 깊은 변화를 이뤄내야만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다시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가장 자주 조언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만큼 ‘윤심’ 이미지가 매우 강한데다, 그가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 등을 들어 영남권 다수 의원들이 반발하는 게 변수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도 거명된다. 혁신위가 ‘빈손 종료’했어도 결국은 장제원 의원 불출마와 김기현 대표 사퇴를 이끌어냈다며 인 전 위원장을 긍정 평가하는 의견이 당내에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들보다는 ‘친윤’ 이미지가 옅으면서도 당을 잘 아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후보로 거명하기도 한다. 나 전 의원은 지난 3월 전당대회 때 대통령실의 노골적 거부감 표출과 초선 친윤 의원들의 ‘연판장’ 사태를 겪으며 당대표 출마를 접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정관계 재정립 같은 것이 전제돼야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당 지도체제 확립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대위가 성공하려면 결국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당에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사람은 안 시키려고 할 텐데, 그러려면 결국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면 결국 비대위 성공은 힘들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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