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속적·반복적으로 공포심 유발하면 범죄 성립"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소음을 낸 30대에게 스토킹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층간소음 유발자가 스토킹처벌법 위반을 이유로 처벌이 확정된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4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남 김해시 한 빌라에 입주한 A씨는 2021년 층간소음으로 위층에 앙심을 품고 수개월간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고의로 소음을 유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사실에는 A씨가 도구로 벽 또는 천장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큰 소리로 트는 등 총 72회에 걸쳐 소음을 냈다고 기재됐지만 법원은 31회만 인정했다.
검찰은 A씨에게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1·2심은 검찰 측 판단을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과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피해자 딸 등이 소음일지를 작성했고 '벽 등을 치는 소리'를 녹음했다"며 "출동한 경찰은 찬송가와 음악 등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공포심을 유발한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행해졌다는 데 주목해 하급심이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 과정에서 이와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고인과 피해자 관계, 피고인의 언동, 행위 전후 여러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분쟁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대법은 "A씨는 이웃이 112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관에게 주거지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받고도 '영장 들고 왔냐'고 하면서 대화와 출입을 거부했다. 또 주변 이웃들이 대화를 시도한 것도 거부하고 오히려 대화를 시도한 이웃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웃 간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이웃을 괴롭힐 의도로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웃 간에 일부러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도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인 행위에 해당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백소희 기자 shinebae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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