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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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일구어 온 학생인권 증진의 역사가 후퇴해선 안 됩니다.” "
1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서울 시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과 학생인권위원회 위원 등 12명의 인사가 함께했다. 호소문 낭독을 마친 조 교육감은 곧바로 ‘학생인권 조례 폐지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22일까지 매일 아침 서울 전역을 순회하며 1인 시위를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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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1년 된 학생인권조례, 올해 폐지 현실화
자유민주교육국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9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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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육감이 거리에 나선 건 11년 차를 맞은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22일 예정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이 조례의 운명이 결정된다.
체벌과 두발 규제 금지, 성 소수자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학생인권조례는 2012년부터 시행됐다. 진보 성향 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가 2011년 8만5281명의 서명을 모아 서울시의회에 조례 제정을 청구했고, 당시 민주당 다수였던 시의회가 통과시켜 2012년 1월 공포됐다. 하지만 조례 시행 이후에도 보수 성향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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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논란에 힘 실린 학생인권조례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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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되면서 폐지 절차가 본격화됐다. 3월 보수단체 주도로 6만4376명의 시민 서명을 받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주민 청구안이 서울시의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조례안의 처리를 두고 시의회에서 몸싸움과 고소전이 이어지면서 9개월간 상정은 보류됐다.
그 사이 서이초 교사 사망 등으로 교권 침해 이슈가 커지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 학생 인권만 강조하면서 교권이 추락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이다. 여기에 교육부는 지난달 학생인권조례를 대신할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내놨다. 이 예시안은 학생·교원·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기존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의 내용은 제외됐다. 결국 지난달 서울시의회 여야는 민주당 의원의 예결위원장 선임과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처리 등에 합의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오는 19일 상임위를 거쳐 22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악성 민원, 교사의 교육 활동 침해 등을 학생인권조례만의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나오지만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학교 구성원 권리와 학생인권조례는 상호 보완적 관점에서 병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혜영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할 예시안을 제안하면서 폐지를 둘러싼 우려가 많이 해소됐고 폐지 반대에 대한 명분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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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폐지안 통과되면 법적 판단 구할 것”
국민의힘이 시의회 과반 의석(112석 중 76석)을 차지한 만큼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폐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 교육감은 “(통과된다면) 재의 요구를 통해 폐지 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있는지, 공익을 현저히 저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며 “그럼에도 재의결 된다면 대법원에 조례 폐지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 측은 조례 폐지로 학생 권리가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필호 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현행 인권조례가 사라진다면 인권센터 운영과 학생인권옹호관 활동에 대한 근거가 사라진다”며 “일선 학교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하고 권고하는 역할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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