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고민…효과 극대화 시기 택한 듯
부산 등 영남지역 중진 ‘물갈이’ 신호탄 될듯
‘마지막 공직’ 말했지만 부산시장 도전 관측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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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거취를 숙고하게 만든 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총선 불출마 결단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선 장 의원이 예전부터 총선 불출마를 고민했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요구에 불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시각이 많다. 장 의원의 불출마는 부산 등 영남 지역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결단으로 장 의원은 여당이 총선에 승리하면 공신이 되고, 패배해도 그 책임에서는 자유롭게 됐다. 장 의원은 국회의원을 “마지막 공직”이라고 표현했지만 부산 정가에선 차기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한 2년 전쯤에 장 의원이 저한테 부산 말고 다른 고민 좀 함께 하지 않겠냐 제안한 적이 있다”면서 “장 의원의 부산 불출마는 아주 오래된 생각이다. 3선 되고부터 그런 생각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의원도 전날 차기 총선 불출마를 발표한 국회 기자회견에서 “언제부터 고민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운명적인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인요한 혁신위에서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을 받았지만 장 의원은 버스 92대를 동원한 지역구 산악회 행사에 참석해 “저보고 서울에 가란다. 저는 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장 의원은 주변에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희생할 각오는 돼 있지만 ‘우유를 그냥 먹을래, 맞고 먹을래’라고 하는 혁신위에 떠밀리듯 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한 타이밍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마침 장 의원이 불출마를 발표한 12월12일은 내년 총선(4월10일)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으로 2016년 총선 전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탈당, 2012년 총선 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사퇴 등 시점과 같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전날 SBS뉴스 유튜브에 출연해 “총선 결과가 괜찮게 나오면 그때 (불출마로)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을 거고, 선거 결과가 안 좋아도 ‘장제원 책임론’은 없어진다”고 분석했다. 장 의원 입장에선 현재의 결단이 총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윤 실장은 “한참 장 의원 힘이 셀 때도 선제적으로 불출마 얘기가 나왔다. 그가 불출마하면서 ‘논개작전’으로 영남 중진 등에게 불출마를 압박한다는 계산”이라며 “총선 이후에 더 큰 자리,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부산시장을 하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같은 유튜브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로 부산 민심이 좋지 않다. 그 책임을 물으려 부산은 굉장히 세게 물갈이될 수 있다”며 “그 신호탄이 장 의원 불출마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장 의원이 향후 부산 지역 총선 물갈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당내에서 많이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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