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지난 4월 인도 뭄바이에 있는 애플스토어 개점식에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중국 생산 의존도를 줄인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인도는 올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20% 넘게 성장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대인도 투자를 늘려 오는 2025년까지 매년 5000만대 이상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아이폰의 25%를 인도에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2025년 이후에도 애플은 1000만대 이상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인도 내 아이폰 생산 비중을 30% 이상으로 맞추겠다는 의지다.
애플은 연간 2억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추정한 올해 아이폰 출하량은 2억2000만대다. 현재 애플은 전체 출하량의 95%에 해당하는 2억1000만대를 중국에서 만들고 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올해만 두 차례 중국을 찾아 생산 허브이자 소비 시장으로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전했다.
◇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에 공급망 다변화 전략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고, 중국 내 애국 소비로 애플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여러 업체와 국가에서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만드는 애플의 공급망 다각화 전략을 위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낮춰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장 봉쇄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집단 탈출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지난해 10월과 같은 경우가 애플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곳이 인도다. 인도는 중국 대비 취약한 인프라와 제한이 많은 노동 규정으로 외국 업체가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건비는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운송 등 물류비용은 중국 대비 2배 가까이 들기 때문이다.
WSJ는 “인도는 중국보다 인건비는 싸지만 노동 규정이 복잡하고 특히 노조의 힘이 강해 생산량을 유연하게 늘리고 줄여야 하는 애플이 사업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애플이 인도로 향하는 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생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 폭스콘·타타그룹, 인도에 생산 공장 증설
애플은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의 인도 공장 증설 및 시설 확장을 토대로 인도 생산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인도 남부에 건설 중인 폭스콘의 1단계 공장은 내년 4월 가동을 시작, 2025년까지 연간 2000만대의 아이폰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폭스콘은 이를 위해 지난달 인도에 15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인도 타타그룹도 인도에서 가장 큰 아이폰 조립 공장을 건설한다. 이곳에서는 연간 3000만~4000만대의 아이폰을 만든다. 블룸버그통신은 “타타그룹이 지난해 애플과 인도 내 아이폰 생산 계약을 맺고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라며 “폭스콘과 타타그룹의 아이폰 연간 생산량은 5000만~6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넘어 태블릿PC인 ‘아이패드’의 중국 생산 의존도 역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아이패드 시험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패드를 중국 BYD와 협력해 만들고 있는데, BYD는 애플과 논의해 신제품 개발 자원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중이다. 시험 생산을 위한 생산 시설과 엔지니어링 검증, 연구 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베트남을 중국 이외의 아이패드 대체 제조 허브로 만들어 동남아에서 아이패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은 협력사에게 맥북, 애플워치, 아이패드, 에어팟 등 아이폰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 대한 생산 능력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갈 것을 요청했다”라며 “중국에 쏠렸던 애플의 생산 역량이 아이폰은 인도, 아이패드와 나머지 제품은 베트남으로 점차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