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1 (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하태경-서병수 ‘김기현 사퇴’ 요구… 與 주류 “지나가는 소나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혁신위 ‘희생’ 성과없이 조기종료에

비주류 “이꼴로 가면 총선 필패” 폭발

당내 주류 “도 넘은 내부총질” 金 옹호

尹, 8일 오찬서 ‘인요한 혁신안’ 관련 “당과 협력하면 혁신 100% 완성 가능”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쇄신 대상 1순위는 김기현 대표다.”(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이 꼴로 계속 간다면 필패다. (김 대표가)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국민의힘 서병수 의원)

국민의힘 비주류에서 김 대표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 및 친윤(친윤석열) 핵심의 불출마,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조기 종료한 것에 대해 당 비주류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급기야 “‘김기현 얼굴’로는 총선 못 치른다”며 사퇴 요구까지 빗발친 것.

이에 맞서 영남권 인사들은 “도를 넘은 내부 총질” “희생은 하는 것이지 시키는 게 아니다”라며 김 대표 옹호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20일경 조기에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워 당 내홍을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 당 비주류 “김기현, 사퇴만이 답”

당 비주류인 하태경 의원(3선)은 10일 페이스북에 김 대표를 겨냥해 “불출마로는 부족하고 사퇴만이 답”이라고 적었다. 앞서 비주류 의원들은 김 대표에게 “혁신에 응답하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라고 압박을 이어왔지만 사퇴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 의원은 “이대로 가면 낭떠러지에 떨어져 다 죽는 걸 아는데도 좀비처럼 질주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김 대표의 구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다들 ‘김기현 얼굴’로는 총선 못 치른다고 생각한다”며 “영남 의원들이 김기현 체제가 유지되면 불이익 당할까봐 겁나서 말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5선)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꼴로 계속 간다면 필패”라며 “이제 결단할 때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가 수직적 당정 관계를 바로잡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김 대표가 연초 당 대표 경선 때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를 공약했던 것이 헛말이 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김 대표 취임 뒤 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 모두 30%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 한 비주류 의원은 “김 대표에게 실력이 없다는 건 이미 드러났다”고 했다.

혁신위의 ‘희생’ 혁신안이 보고되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김 대표가 거취를 표명하지 않으면 당내 비주류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비주류 의원은 “김 대표가 혁신안에 대해 불출마 의사 등을 밝혀 책임지겠다고 하고 다른 중진들의 희생에 대해선 공관위로 넘기겠다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 당 일각 “‘지나가는 소나기’ 수준”

당 지도부는 “비주류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는 크게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역대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가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며 “이 정도는 예상 못 한 비판들도 아니고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말했다.

영남권 의원들도 김 대표 옹호에 나섰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대출 의원(3선·경남 진주갑)은 이날 페이스북에 “찢어진 텐트는 비가 샌다”며 “합리적이고 강력한 대안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의원(초선·대구 북을)도 이날 의원 채팅방에 올린 글에서 “중진 의원이 소속 정당을 ‘좀비정당’으로 폄훼하냐”며 “큰 전투를 목전에 둔 지금은 총구를 적에게 돌려야 한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8일 김 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가진 오찬에서 인 위원장의 ‘혁신위 50% 성공’ 발언에 대해 “당과 협력하면 혁신을 100% 완성시킬 수 있지 않겠나”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혁신위 안을 당이 잘 수용해 나가라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변화를 구현해가는 당에 대한 믿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예년보다 한 달여 빠르게 공관위를 발족해 당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처리를 앞두고 당내 이탈표 방지를 위해 공관위 구성을 늦출 수 있다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공관위 구성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