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
불출마 후 서울 강서을 재도전
“10·11 보선 참패 여진 남아있어
이대로 가다간 고전 면치 못할 것
불출마는 자발적 판단으로 해야”
노동운동가 출신 소장파 정치인
“노동·인권·환경이 좌파 전유물?
보수가 개혁 정당으로 변모해야”
국민의힘 서울 강서을 당협위원장인 김성태 전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국민의힘 강서을 시·구의원 합동사무소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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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별명 부자’로 꼽힌다. 특히 회자되는 별명은 ‘엄동설한에 버려진 들개’다. 김 전 의원은 야당 시절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때 ‘들개론’을 펼치며 “야성을 갖추자”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보수 재건 로드맵을 담은 ‘이제는 야당이어야 한다’는 책자를 만들어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엄동설한에 버려진 들개’는 김 전 의원의 정치 궤적에도 들어맞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사무총장까지 지내며 노동운동에 진심이었던 김 전 의원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보수 진영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2008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후 ‘보수 험지’인 서울 강서구에서 내리 3선을 지내며 소장개혁파로서 주요 현안에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 당 주류의 반대 속에서도 ‘정년 60세 연장법’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법안을 여럿 통과시키기도 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우파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다시 강서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 전 의원은 지역을 돌아보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여당에 회초리를 든 민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21대 총선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며 “당정이 크게 변화하고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혁신위의 ‘희생 혁신안’과 관련해 “불출마는 자발적인 소신과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혁신안을 무시한다면 우리 당은 내년 총선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국민의힘 강서을 시·구의원 합동사무소에서 김 전 의원과 그의 정치 역정(歷程), 앞으로의 소망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강서구 분위기는.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의 여진이 아직 남아있다. 당정이 크게 변화하는 모습으로 강서구민을 비롯한 수도권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여내야 하는데, 아직까진 큰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장을 뛰면 많이 힘들다.”
-여권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맞을 것이다. 주민들이 희망과 기대를 갖고 집권당에 끊임없이 요구하는 가운데 (당정은) 좋은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는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주민들의) 마음의 벽이 아주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분들의 마음을 풀려면 우리가 더 크게 일신해야 한다.”
-당내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분출하고 있는데.
“수도권 위기론은 당내 몇몇 정치인이 단골로 쓰는 화두가 아니다. 제가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 세 번 하며 정치를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지금이 가장 어렵고 힘든 상황이다.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 더 나쁘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 우리 당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민심에 부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년의 국정 운영 성과로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중도와 청년 세대까지 아울러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는데, 그동안 보수 진영만의 국정 운영에 함몰돼있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167석의 민주당이 독단과 전횡을 넘어 국정을 좌지우지하려 했지만, 억울하고 힘들더라도 그들을 설득하고 변화시키려고 하는 게 집권당의 면모다. 그런 진정성 있는 노력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와 닿지 않았다. 또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허덕이는 서민들의 아픔과 고충을 더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된 후 1호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제가 당 중진이던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 위에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퇴행적이고 북한 편향적인 국정 운영을 했다. 엄청난 회의감과 자괴감이 들었다. 희생을 통한 변화와 혁신으로 우리 당이 1당이 되길 바라며 소장개혁파로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지금도 불출마가 당내 주요 현안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불출마 권고를 두고 지도부와 대립하다 해산했는데.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했다고 해서 혁신안을 무시한다면 우리 당은 내년 총선을 망치게 될 것이다. (혁신위가 해산한 만큼) 당은 ‘너희들이 진짜 변화할 것이냐’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다. 혁신안은 민심을 등에 업고 나온 것이다. 당은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이를 실천해야 한다. 어느 당이 많이 변화하고 혁신하느냐가 총선 승리의 가늠자다.
다만 법안 심사, 예산안 처리 같은 산적한 국회 현안 때문에 의원들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타이밍은 아니라고 본다. 자발적인 소신과 결심으로 불출마가 이뤄져야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혁신위의 결기는 좋았지만 이를 반영하는 과정은 미숙했던 면이 있었다.”
-22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맡고 싶은 역할은.
“원내대표 시절에도 원내 중심 정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만큼 정책 정당의 기능이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노동, 인권, 환경 문제가 진보 좌파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것을 완전히 깨트리고 싶다.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대한민국의 의료보험 보장 제도를 만든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소리만 요란한 더불어민주당보다 근로기준법이나 산재보상보험법, 인권 문제에서 취약 계층을 더 많이 아우를 수 있는 사회개혁 정당으로 보수 정당을 변모시키고 싶다.”
-당을 변모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없는 당 분위기부터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집권당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국민들의 쓴소리를 대통령과 정부에게 전달하고, 결기를 갖고 국정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고 해놓고 국민적 신뢰가 취약하다면 그것은 용두사미다. 국민적 신뢰가 커야 명실상부한 집권당으로서 국정 운영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우리 당이 앞으로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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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의 의정 활동 중 성과를 꼽는다면.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삶의 질 향상 지원법’이다.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이 주로 사는 임대 아파트의 시설 개선, 유지를 위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법안이다. 사업장마다 정년이 50세, 55세, 58세 등으로 천차만별이던 것을 만 60세로 연장한 ‘정년 60세 연장법’도 만들었다. ‘대체공휴일법’도 ‘김성태법’이다. 그리고 원내대표 시절 때 주 52시간제를 만들어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준비 중인 강서구 지역 공약은.
“첫째는,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다. 제가 2015년 54년 만의 항공법 개정을 통해 고도제한 완화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세 차례 방문해 집행부에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은 세계 정치인 중 처음이라고 하더라. ICAO 의장을 초청해 토론회도 하며 신뢰를 쌓은 만큼 내년에 국회의원이 되면 고도제한 규제를 푸는 작업을 꼭 마무리하고 싶다.
두 번째는, 마곡지구를 랜드마크가 갖춰진 첨단 국제업무지구 산업단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김포공항의 복합환승터미널로의 개편이다. 서부 내륙 고속도로가 개통돼 GTX 노선이 지나가게 되면 기존의 지하철 5호선, 9호선에 더해 김포공항은 명실상부한 교통의 중심이 된다. 김포공항의 재편을 통해 강서가 서남경제의 중심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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