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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너희는 뭔데"…이스라엘 청년 분노케한 '군면제 집단' 실체 [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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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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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0월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하레디들이 징병에 거부하는 시위를 벌이며 도로를 가로막자, 이스라엘 경찰들이 이들을 끌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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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스라엘 내에서 자국민 중 유일한 ‘군 면제 집단’인 하레디(haredi)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쟁 발발 한 달쯤 자원입대를 선언한 하레디 2000명을 반겼던 분위기도 잠시, 최근 하레디 대다수가 여전히 군 복무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가 발표되자 이스라엘 청년들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레디는 유대교 경전 ‘토라’를 공부하며 엄격한 신앙생활을 하는 종파다. 외신들은 이들을 '극정통파'(Ultra-Orthodox)로 부른다. 구약성서에 적힌 복장·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하얀 셔츠·검은 정장·챙 모자로 상징되는 하레디 남성은 수염과 옆머리을 길게 기른다.

이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부터 병역을 면제 받았다. 이유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와 관련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이 홀로코스트로 말살된 유대인 문화와 학문을 되살리기 위해 “토라 공부에 전념하라”며 군 면제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당시 군 면제를 받은 하레디 신학생은 400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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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그런데 하레디 인구가 비(非)하레디 인구보다 해마다 2~3배 늘었다. 현재는 122만 명(2021년)으로, 이스라엘 전체 인구(917만 명)의 약 13%다. 이스라엘 통계청은 40년 뒤엔 하레디가 이스라엘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하레디 정파의 출산율은 약 6.6명으로 세속적(비종교) 유대인보다 약 3배가 높기 때문이다.

놀라운 출산율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구약성서의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이다. 조혼과 다산을 권장하는 교리를 믿는 하레디 유대인의 91%가 3명 이상을 아이를 낳는다. 하레디 부부 3쌍 중 1쌍은 슬하에 7명 이상의 자녀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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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레디'로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이 지난 2019년 8월 2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하레디마을에서 열린 전통결혼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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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하레디의 병역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 건국 때부터 주변 국가와 잦은 무력 갈등을 경험한 이스라엘은 병력 확보를 위해 남녀 모두 징병하는 국가다.

10년 전, 이스라엘 의회인 크세네트는 하레디 징집을 명하는 법안을 제정한 적 있다. 당시 법안은 65대 1로 가결됐다. 이에 하레디가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이스라엘 대법원은 2017년 “하레디 병역면제는 위헌” 판결을 내려 무효화됐다.

의회와 법원의 요구에 하레디 지도층(랍비)은 “토라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면서 공개적으로 군 복무를 거부했다. 이스라엘군의 강온 전략도 소용이 없었다. 하레디 출신이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면 구속했고, 동시에 “일과 시간에 토라 공부” “하레디식 두발 자유화”란 유인책도 썼지만 병역 거부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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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하레디 종교정당 샤스의 한 의원이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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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하레디는 ’군면제’를 한국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명문화하려 한다. 이는 하레디가 이스라엘의 주요 정치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베냐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연립 정부는 ‘하레디 정당’들과의 연정이다.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 보수 유대 정치연합인 ‘토라 유대주의 연합’은 직전 총선에서 각각 11석, 7석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미국 포린폴리시(FP)는 “하레디의 권력이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 구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매체는 “비종교 유대인들은 하레디의 인구 증가로 종교 정당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질까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하마스와의 전쟁 국면에서 역설적으로 하레디 2000명의 자원입대가 도드라진 이유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내 사회 통합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전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하레디의 병역 혜택에 깊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런 자발적인 입대는 ‘군 면제 논란’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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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하레디 다수가 여전히 군 복무에 부정적인 태도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지난 5일 예루살렘포스트는 “하레디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The haredi needle isn’t moving)”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레디 대다수가 전쟁 발발 후에도 여전히 징병에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전쟁 후 “더 강하게 반대”한다는 응답도 12%나 됐다.

반면 “징병 찬성” 입장은 단 9%에 불과했다. 매체는 “하레디가 하마스 전쟁를 계기로 이스라엘 사회에 통합될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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