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하청 형식적 관계만 집중" 비판…'노란봉투법' 폐기도 규탄
김용균 5주기 추모식, 벌써 5년 |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고(故) 김용균씨 5주기를 맞아 노동·시민단체가 9일 서울 도심에서 추모제를 열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유예 철회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촉구했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는 이날 오후 종로구 보신각에서 김씨의 5주기 추모제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에는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노동·시민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먼저 김씨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원청 기업 대표에게 물을 수 없다는 지난 7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비판했다.
이들은 "법원은 원하청이라는 형식적 관계로만 사안을 볼 뿐 실질적인 고용·업무지시·작업 과정·권한에 대해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도 단상에서 "정부가 진상규명을 밝혔음에도 대법원은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의 피나는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아들을 죽인 회사가 어떻게 무죄이고 누가 이 부당함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용균 5주기 추모식, 발언하는 김미숙 대표 |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2년 유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법 적용 유예는 그동안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던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이 입바른 소리이자 국민을 속인 말장난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업장 규모를 이유로 법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은 인간을 차별하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폐기된 노란봉투법 시행을 촉구하며 "하청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에 대한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받아야만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신각 추모제 후 서울시청 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까지 행진해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 분향을 했다.
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던 김씨는 2018년 12월 11일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사망 후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2020년 1월 시행됐고,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작년 1월27일 시행됐다.
하지만 김씨 사건에는 새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대법원은 지난 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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