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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화)

'집게손' 하루 만에 사과한 넥슨, 사실 확인은 감감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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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진행 중인 넥슨 '집게손가락' 논란

논란 된 장면 속 포즈, 넥슨에서 먼저 제공

'페미' 지목당한 피해자, 해당 그림 안 그려

넥슨, 사실 확인절차 없이 하청에 책임 전가

집게손 포즈, 애니메이션 특성상 나올 수밖에

게임계 여성노동자 75% '사상검증 매우 심각'

노동권 침해에 살해위협까지…공론화 더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신혜림,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논란이 2주째 이어지고 있는 주제네요.

◆ 신혜림> 이른바 '넥슨 집게손가락 색출 사태'입니다. 지금까지 상황 정리해보고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시사점 남겨진 질문들 정리해 볼게요. 넥슨의 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인기 캐릭터, 엔젤릭 버스터(엔버)로부터 시작된 논란인데요. 이 엔버가 버튜버처럼 노래도 하고 앨범도 발매해요. 그런데 11월 25일, 토요일 저녁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엔버의 뮤직비디오 영상에 페미 손가락이 있다. 누군가 일부러 그 제스처를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논란 자체는 사실 영상이 아니라 가수에서 먼저 시작됐어요. 커뮤니티 유저들이 엔버가 낸 앨범의 보컬 SNS를 뒤져봤는데 과거 넥슨이 페미니즘 사상을 검증하는 것과 관련된 논란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 메이플 스토리가 페미니즘에 오염됐다는 식으로 문제가 제기된 거죠.

그러다 일명 '페미 손가락' 논란으로 옮겨간 건데 여기서 말하는 '페미 손가락'이 뭐냐면 집게손가락 포즈인데요. 8년 전쯤에 나타나서 2년 정도 있다가 사라진 메갈리아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남성들이 여성의 신체를 평가하는 걸 성별만 바꿔서 따라하는, 그래서 역지사지의 감정을 불러일으켜보겠다는 이른바 '미러링' 전략을 취하던 곳인데요.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제스처로 이 집게손가락 포즈를 상징으로 사용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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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그래서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남초, 특히 게임 커뮤니티 안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에 대한 혐오를 분출하려고 일부러 이 집게손가락을 쓴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고, 그래서 이 집게손가락 포즈를 일명 '페미 손가락' '메갈 손가락'이라는 식으로 불렀죠.

◆ 신혜림> 메갈리아 커뮤니티는 지금 사라졌지만 그 상징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쓰는 일명 '메갈'들은 남아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 채선아> 몇 년 전에 GS25 홍보 포스터도 이 손가락으로 크게 논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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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2년 전이었죠. 그리고 전쟁기념관 포토존도 논란이 됐는데, 이건 2013년에 설치된 거니까 10년 전이거든요. 그런데 이 손가락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철거됐어요. 그런데 이번 사건의 포즈 같은 경우는 약간 애매해요. 딱 그 집게손가락과 똑같다기 보다는 하트를 그리는 듯한 포즈거든요. 그래서 처음 의혹이 제기된 이후로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도 긴가민가하는 반응이 있었어요.

◇ 채선아> 긴가민가하다가 왜 이렇게 커진 거예요?

◆ 신혜림> 얼마 지나지 않아 넥슨에 영상을 만들어 납품하는 스튜디오 뿌리 소속의 팀장급 애니메이터가 2022년 3월에 쓴 SNS 글이 발굴됩니다. "남자 눈에 거슬리는 말 좀 했다고 SNS 박혀서 몸 사린 적은 있어도 페미를 그만둔 적은 없다.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 해줄게" 라는 내용인데요.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은 이걸 보고 '은근슬쩍' 영상에 집게손가락 포즈를 넣었다는 확신을 가진 거죠.

그와 동시에 스튜디오 뿌리가 작업한 수많은 게임 홍보 영상의 캡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해요. 집게손을 했거나 집게손과 유사한 그림자가 있거나 이런 걸 다 동그라미 쳐서 '왜 집게손이냐, 부자연스럽다, 의도가 있다, 은근슬쩍 스리슬쩍 넣었다'는 얘기가 나왔고요. 하청업체인 뿌리가 원청업체인 넥슨에 납품하는 콘텐츠에 개인적인 사상을 넣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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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여기 관련된 게임회사가 여러 군데인데 일제히 그 다음날 새벽에 사과문이 다 올라오고 영상을 바꾸고, 빠르게 수습에 들어갔죠.

◆ 신혜림> 처음 의혹이 제기되고 각종 캡쳐가 올라오면서 스튜디오 뿌리가 일부러 이랬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는 것까지, 8시간 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스튜디오 뿌리도 해가 뜬 뒤 사과문을 올리고, 그 다음날 또 올려서 두 번의 사과를 했는데요. 두 번째 사과문에서는 '문제의 스탭이 퇴사 결정했다'고 하면서 이 사건이 끝나는가 싶었어요. 그런데 며칠 뒤 상황이 반전됩니다. 경향신문에 단독 기사가 나온 거예요. 알고 보니 해당 집게손가락 포즈를 그린 건 지금 문제라고 지목당한 여성 애니메이터도 아니고 다른 여성도 아니고 40대 남성인 거죠.

◆ 조석영> 엄한 사람 잡고 있었다는 거죠.

◆ 신혜림> 그 영상을 30명이 협업했대요. 그 협업 과정에서 콘티를 검수하고 총괄 감독한 사람 역시 50대 남성이었고, 에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베테랑 감독입니다. 넥슨 역시 콘티부터 8차례 검수 과정을 통해서 이 포즈를 계속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밝혀지고요. 후속 기사에 따르면 아예 해당 포즈가 그려진 일러스트를 참고하라고 보낸 게 넥슨입니다. 원래 원청에서 외주를 맡길 때 그렇게 많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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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정리를 해보면, 원청인 넥슨이 하청인 뿌리에게 참고하라고 준 일러스트에 이미 그 집게손가락 포즈가 있었고, 뿌리가 그걸 구현시키는 과정에서 해당 장면을 그린 게 남성이고 전체적으로 협업한 사람이 30명이 넘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뿌리에서는 사과문을 낸 걸까요?

◆ 신혜림> 뿌리가 나중에 내놓은 해명에 따르면,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쩔 줄 모르던 차에 넥슨 측에서 '낮은 자세의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 법무실이 갈 거다' 이런 얘길 했다는 거예요. 이걸 압박으로 느낄 수 있죠. 왜냐면 뿌리 전체의 매출 80%가 넥슨과 넥슨 계열사에서 나온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사과문을 쓰고 넥슨의 대책을 기다리다가 부당한 상황이 이어지니까 마음 먹고 지금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사과문은 얼마 안 있어서 내렸고요. 처음 지목당한 애니메이터는 퇴사를 한 게 아니고 정직 상황이라고 합니다.

◇ 채선아> 사태가 지금 이렇게 커졌는데 넥슨의 입장은 어때요?

◆ 신혜림> 경향신문에서 단독 보도를 낸 이후에 공식 입장문은 없고 팩트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사태가 벌어진 주말에 메이플 스토리를 총괄하고 있는 넥슨 김창섭 디렉터가 라이브를 통해 사과하고 뿌리에 책임을 묻겠다는 식으로 얘기했거든요.

◇ 채선아>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몰래 드러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단호히 반대한다. 뿌리와 관련된 조사 결과에 따라 메이플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거다"라고 했네요.

◆ 신혜림> 그렇죠. 그동안 문제제기를 해왔던 쪽에서는 개인 작업이 아닌 공동작업물에, 특히 하청업체가 원청에 납품할 작업물에 개인적 사상을 입혔다는 점을 지적해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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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이상헌 의원도 원하청 관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 신혜림> 그런데 원하청 구조에서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이 작업지시를 정확히 했느냐 안 했느냐가 책임소재를 따지는데 중요하거든요. 하도급 근로자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원청의 사전 요구에 따라 그 작업을 수행하다가 난 사고라면 원청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요. 만약 이 집게손가락이 게임 업계에서 사고 수준의 문제라고 한다면, 넥슨이 처음에 참고하라고 준 일러스트에 그 내용이 있었던 게 사고의 원인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넥슨은 논란이 터지자마자 일단 하청 책임이라고 발표하고 경향신문 단독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 채선아> 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느냐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인이 됐다고 봐야 할 거 같은데 논란이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에요.

◆ 신혜림>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만약에 진짜 의도를 가지고 공동 작업물에 다른 작업자도 모르게 손을 댄 게 확실하게 밝혀졌다면 문제일 텐데, 이 포즈는 의도를 밝히기도 정말 힘들다는 게 중론이에요. 게임전문 언론인 디스 이즈 게임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서 애니메이션 현업자들한테 물어봤는데요.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동화, 움직이는 그림이기 때문에 방점이 스틸 컷 하나하나가 아니라 움직임에 있어요. 그래서 엄지와 검지가 다른 손가락보다 좀 굽혀져 있는 모양은 인체 구조상 손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수밖에 없는 거죠. 아마 메갈리아 이전에 나온 애니메이션을 프레임 단위로 뜯어보면 그 손가락 포즈가 꽤 나올 거예요.

스튜디오 뿌리가 7년 동안 넥슨이랑 일을 했어요. 그리고 에미상 수상 경력도 있는 감독이 있는 능력 있는 업체인데 사실상 밥줄을 끊는 선택을 몇 시간 만에 넥슨이 한 거예요. 그리고 그게 맞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문제제기하는 고객들인 거잖아요. 업체의 돈줄을 쥐고 있는 고객을 불편하게 하지 마라는 소비자주의가 게임업계에 팽배한 거죠. 누군가의 노동권보다 소비자의 기분권이 문제인 상황이 이어지고, 피해업체나 피해자들은 막심한 금전적 피해를 입고, 실제로 방문 협박도 당하는 경우가 있대요.

◆ 조석영> 넥슨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에 전화 걸어가지고 살해 협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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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그런 실질적인 위협을 크게 입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잖아요. 얼마 전에 진행된 게임업계 여성 직원 대상 설문조사가 있어요. '사상 검증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냐'고 물으니 '매우 심각하다'가 74.19% 나왔어요. 매우가 이렇게 높은 건 사실 되게 이례적이잖아요. 입사 면접에서도 사상 검증한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고 해요. 그동안 이 문제를 신경써왔던 언론사가 몇 개 있는데, 전반적으로는 이 문제에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이제야 공론화가 되고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써야될 거 같아요. 노동청에서 지금 12월에 넥슨이랑 넷마블 같이 서울 소재 게임업체에 노동자 보호조치 특별 점검 들어갔다고 하거든요. 이 결과도 주의 깊게 한번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채선아> 다루기 어려운 이슈긴 한데 그렇다고 다루지 않으면 또 비슷한 일이 당연하다는 듯 반복되고, 피해자가 생길 것 같아서 오늘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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