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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北, 연락사무소 철거 시작... 개성공단 기업 30여개 무단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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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재산권 침해 즉각 중지 촉구"
"경제 교류·협력 흔적도 지우려는 의도"
한국일보

2020년 6월 16일 북한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의해 무단 폭파돼 무너져 내리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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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0년 6월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의 잔해 철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개성공단에서 생산시설을 무단 가동하는 우리 업체 수는 30여 개로 늘었다. 정부는 "재산권 침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3년여간 특별한 조치 없이 방치해오다, 지난달 말부터 잔해 시설을 철거하는 동향이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당시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면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지원하기 위해 235억 원을 들여 지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남북 교류 협력의 흔적을 모두 지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당히 의미 있는 행동"이라며 "한국 정부 자산인 연락사무소를 완전 철거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은 국내 기업들의 자산인 개성공단 내 건물과 설비를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 대변인은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 30개 정도를 무단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위성 정보를 파악하고, 이와 별개로 주·야간에 육안으로 지속 관찰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무단 사용하고 있는 개성공단 기업은 올해 5월 10개, 10월 20개에 이어 이달 30여 개로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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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한 마을에 개성공단 통근용으로 보이는 파란색 버스가 주차돼 있다. 파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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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한국 기업인들은 대부분의 원자재, 설비 등을 고스란히 두고 왔다"며 "비록 다소 노후화되긴 했지만, 조금만 손을 본다면 현재 북한의 생산 시설에 비하면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동안 북한은 최소한의 신뢰 관계 유지를 위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 자산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올 들어 달라졌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열적외선 영상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부터 개성공단 곳곳에서 고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북한은 수차례에 걸친 우리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설비를 계속해서 무단 사용하고 있으며 연락사무소 청사 철거 작업을 진행하는 등 재산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며 상호 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인 만큼 즉각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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