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의 수익률도 크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미국 에너지 업계가 원유 생산량을 늘린 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된 데 따른 영향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WTI 원유선물(H)ETF'는 최근 한 달(11월 7일~12월 6일)간 10.32% 하락했다. 'TIGER 원유선물 Enhanced(H) ETF'도 같은 기간 9.80%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원유 ETF인 두 상품은 모두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추종한다.
두 상품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큰 원자재 ETF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KODEX WTI 원유선물(H) ETF'를 9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원자재 ETF 중에서는 순매수 순위 1위다. 'TIGER 원유선물 Enhanced(H)ETF'도 1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WTI 선물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N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19.80%),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20.36%), 'KB S&P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20.52%)은 같은 기간 20% 가까이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간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을 6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공급 측면에선 지난달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자발적 감산을 발표했지만, 미국의 원유 생산이 이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이 자발적 감산에 적극적일지도 의문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가격 상승 요인이 부족하다. 특히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미국이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비축기지 두 곳에서 유지 보수를 하고 있어 구매 물량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탓에 전날 WTI 선물 가격은 7월 3일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7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69.38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94달러(4.1%) 하락했다. 9월 27일에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93.68달러를 기록했던 걸 고려하면 3개월도 안 돼 25% 이상 하락한 셈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9달러(3.8%) 내린 배럴당 74.30달러로 마감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 생산량과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OPEC+의 감산 효과가 약해졌다"면서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달러 강세는 각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원유 구매 비용을 늘린다. 이는 원유 수입국의 구매력과 수요가 위축돼 국제유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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