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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민과 소송전... 포스코 선택에 지역사회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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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민과 소송전... 포스코 선택에 지역사회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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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혜훈 인사청문 23일 개최 잠정 합의
-위자료 지급 법원 1심 판결… 포스코, 판결 불복 항소장 제출
-연고지 울산 둔 현대차와 대비… 포항지역사회 비난 여론 거세
2017년 11월, 지진의 피해를 입은 지역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건물 외벽이 지진의 영향으로 떨어지고 갈라져 있다. 뉴시스.

2017년 11월, 지진의 피해를 입은 지역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건물 외벽이 지진의 영향으로 떨어지고 갈라져 있다. 뉴시스.


희대의 지진에 이어 희대의 재판이다.

2017년과 2018년 경북 포항 일대를 강타했던 지진으로 40곳의 상수도관이 파괴되고 118명의 사상자, 18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시간이 흘러 국민에게는 잊혀질 법하지만 현장에서 공포를 느낀 당사자의 분위기는 다르다.

포항시민과 포스코 및 정부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닌 포스코 등이 일으킨 이른바 ‘촉발지진’이라는 과거 정부 평가단의 결론으로 인해 포항시민이 1심 재판에서 승소하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향후 포항시민인 51만명이 모두 재판에 참여할 경우 천문학적인 위자료가 발생된다. 특히 1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항소를 선택한 포스코 등에 대한 포항지역사회의 비난여론이 거세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 촉발 지진이라고 정부 조사연구단이 발표한 2019년 3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가 모든 연구 활동을 멈춘 모습. 뉴시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 촉발 지진이라고 정부 조사연구단이 발표한 2019년 3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가 모든 연구 활동을 멈춘 모습. 뉴시스.


◆포항지진의 책임공방

2017년 11월15일과 2018년 2월11일 포항 지역 일대에 지진이 발생해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2017년은 포항시 북구 북쪽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이었다. 기상청 관측 이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이후 원인을 조사해온 정부 연구단은 2019년 3월 당시 지진을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4.6규모의 지진은 2017년 포항 지진의 여진으로 파악됐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를 구성해 포항지열발전소로 인한 촉발지진이라는 점을 주장하며 소송에 나섰고,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현숙)는 지진 피해 포항시민 4만7000여명이 정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지진을 겪은 시민에게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와 포스코가 2010년부터 진행한 지열발전사업이 지진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판단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1심 판결 후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하면서 법정 싸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피고 측인 포스코와 정부가 항소장을 냈다. 포스코가 지난달 23일 먼저 항소했다. 지열발전사업에 참여했으나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하 천공 및 시추 작업은 하지 않았고 외부 구조물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이날 범대본 등 시민들 역시 “청구금액인 1000만원의 300만원밖에 인정받지 못했다”며 항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정부의 소송대리를 맡은 정부법무공단마저 항소장을 제출했다.

경북 포항 지진 관련 궐기대회가 2020년 7월,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열렸던 모습. 뉴시스.

경북 포항 지진 관련 궐기대회가 2020년 7월,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열렸던 모습. 뉴시스.


◆“범인이 자기가 죄 지었다고 하느냐”

6일 범대본 모성은 공동대표는 “포스코는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범인들이 자기가 죄 지었다고 할 사람이 있느냐”며 “포스코가 포항지열발전사업 현장에 약 100억을 투입했다. 뿐만 아니라 터빈 엔진도 넣었다. 그 자체가 모든 책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위자료 규모 측정 이유에 대해 묻자 모 공동대표는 “기존 손해배상 청구했던 국내외 사건들의 금액 등을 참고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포항시민은 전진·본진·여진을 통해 아직도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며 “위자료 1000만원을 신청해 300만원이 나왔는데 그것도 못 주겠다고 나오니 우리 측도 항소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별다른 공식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울산과 함께하는 현대와 대비


포항은 포스코의 고향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고향에 반하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래기술연구원의 수도권 분원 설립을 확정했는데, 해당 분원이 포항에 있는 본원보다 20배가 넘는 규모임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포스코가 연고를 등졌다’는 인식이 포항시민 사이에 확산됐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는 고향을 잊지 않아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현대차는 울산시 북구 첨단투자지구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울산을 자동차 공업 도시로 만든 연고 기업이 지역사회와 동반자 의식을 보여준 사례다. 새로운 전기차 공장은 54만8000㎡(약 16만6000평) 부지에 연간 20만대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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