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막식에서 COP28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화석 연료 ‘감축’과 화석 연료 ‘퇴출’. 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이죠? 뭘 해도 큰 상관 없을 거 같고요. 그런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 중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에서는 둘 중 무엇을 지지할지를 두고 각국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감축’과 ‘퇴출’이 얼마나 다르기에 ‘핵심 쟁점’까지 됐을까요?
지난 3일(현지 시간)에는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이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화석 연료를 퇴출(phase out)해야 한다는 과학이나, 시나리오는 없다”고 말한 게 뒤늦게 알려져 비판받았습니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는 자베르 의장이 “화석 연료 감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지가 보도한 영상을 보면 자베르 의장은 오히려 “화석연료 감축은 피할 수 없지만, 실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5일 활동가들이 화석연료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 |
퇴출(Phase out) vs 감축(Phase down)
화석연료 퇴출·폐지는 영어 ‘phase out’을 번역한 말이고, 감축·축소는 ‘phase down’을 번역한 말입니다. 미래에 화석 연료 사용을 ‘아예 하지 않아서 0으로 만들지’와 ‘사용량을 줄일지’를 놓고 국제 사회가 논의 중입니다.
논의한 결과는 전 지구 이행 점검(Global stocktake, GST)에 담깁니다. 전 지구 이행점검은 일종의 ‘숙제 검사’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NDC)을 얼마나 잘 해왔는지, ‘1.5도 이내’로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는 데 충분한 계획인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지난 9월 우선 ‘숙제 검사’를 마친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종합보고서를 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하게 줄여 2050년 무렵 탄소 중립에 도달하기 위해 NDC에서 지금보다 야심 찬 감축 목표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했어요. 각국은 이를 기반으로 오답 노트를 쓰듯 ‘우리가 어떻게 더 잘할지’에 대해 합의해야 합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공개된 전 지구 이행 점검(Global stocktake, GST) 초안을 보면 화석연료와 관련한 문구가 다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초안에 나오는 문구를 보면, ‘질서 있고 정의로운 화석 연료의 퇴출(phase out)’, ‘저감 없는(unabated) 석탄 발전의 조속한 퇴출과 저감 조치 없는 석탄 발전 신규 허가의 즉시 중지’ 등 문구가 있어요.
여기서 ‘저감’ 이야기가 새로 나옵니다. ‘저감’은 앞서 말한 ‘화석연료 감축’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도 있어요. ‘저감’은 탄소 포집저장(CCS)과 같이 기술적으로 화석연료 사용 후, 배출되는 온실가스 일부를 포집해 영구 저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얼마나 포집해야 저감으로 볼 것이냐’를 국제사회가 합의한 적이 없어서 불확실성이 큽니다. UAE 등 산유국들은 ‘화석연료 퇴출’보다는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을 통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줄이자고 주장합니다.
“선진국은 2030년대 초까지 화석연료 추출 멈춰야”
‘줄이되 퇴출하지 말자’는 주장과 ‘저감 없는 화석연료만 퇴출하자’는 주장이 세계의 화석연료 퇴출을 늦추는 전술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130여 개국 1900여 개 기후단체가 모인 ‘기후 행동 네트워크(CAN)’는 지난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서도 CCS가 감축 역량은 제한적인 데 비해 매우 비싸다고 본다”라며 “모든 화석 연료는 빠르고 공정하게, 영원히, 자금 지원을 받아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세계 기후 과학자들로 이뤄진 연구진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냈던 ‘기후 과학의 10가지 새로운 통찰 2023/2024’ 보고서를 보면, 이미 있는 화석연료 채굴, 소비 인프라가 유지되기만 해도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 남은 탄소 예산이 소진돼 버려요.
연구를 보면 화석 연료의 생산, 소비를 위한 기존 인프라의 수명 동안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5도 목표(달성 확률 50%)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을 이미 넘어서 있다. 보고서 갈무리(자체 번역) |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5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AP |
옥스팜, 350.org 등 세계 시민단체와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등이 연합해 지난 5일(현지 시간) 낸 ‘공정한 화석연료 추출의 퇴출’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 소득과 의존도를 고루 고려해 ‘퇴출 시점’을 알아봤어요. 보고서는 “1.5도 목표를 유지하려면 화석 연료 추출이 즉시 감소하기 시작하고, 수십 년간 급속히 단계적으로 감소해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중단돼야 한다”라며 “미국, 노르웨이, 호주, 영국과 같이 화석 연료 추출에 덜 의존하는 부유한 국가는 2030년대 초까지 화석 연료 추출을 종료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화석연료에 많은 돈을 쏟고 있는 한국도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불확실한 감축 수단’에 의존해 화석연료 퇴출에 합의하지 않으면서 세계가 화석연료 감축을 머뭇댄다면, 비용이 많이 늘어날 수도 있어요. 영국 옥스퍼드대 스미스 기업과 환경연구소(SSEE)는 지난 4일 CCS를 얼마나 사용하냐에 따라 ‘탄소중립’에 이르기까지 비용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연구했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를 CCS로 감축하는 경우와 배출량의 10%를 CCS로 감축하는 경우를 비교한 결과, 전자의 경우에 2050년까지 매년 1조달러(1313조500억원), 총 30조달러(약 3경 9405조 원)가 더 든다고 봤어요.
COP28에서는 국제 사회는 화석연료 ‘퇴출’과 ‘감축’ 중 어느 쪽에 합의할까요?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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