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회식하고 있는 서울의 한 식당가.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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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인기 맛집’.
경기도 판교의 한 게임회사 팀장급 간부 김모(41)씨가 최근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 3개다.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서다. 매달 나오는 회식비(회의비)는 50만원. 팀원 10명을 데리고 회식하려면 항상 빠듯하다. 그나마 지난달까지는 월 1회 점심으로 회식을 갈음했다. 하지만 송년회만큼은 저녁에 하려다 보니 치솟은 식당 물가 때문에 고민이다.
결국 김씨는 회사 근처 중국집을 송년회 장소로 정했다. 고깃집·일식집이나 양식당보다 부담이 덜 돼서다. 그는 “2030 팀원이 대부분인 데다 맛집에, 술도 좋아해 사비를 털어 넣지 않고선 송년회를 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옛날 느낌이 덜한 ‘퓨전’ 중식당 룸을 빌려 최대한 송년 분위기를 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직장인 송년회 풍경도 가볍게 바꾸고 있다. 저녁 식사를 점심으로 대체하거나,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거나, 송년회를 하더라도 ‘2차’를 하지 않는 식이다. 급등한 외식 물가 영향이 크다. 6일 통계청 ‘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기준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4.8% 올랐다. 지난해 8.6% 급등한 데 이어 재차 오름세다. 같은 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 지난해 5.0%인 점을 고려하면 오름폭이 훨씬 가파르다.
김영희 디자이너 |
실제 10명이 회식한다고 가정했을 때 송년회 비용을 따져봤다. 서울 종로의 한 고깃집에서 삼겹살(1인분 1만8000원 기준)을 1인당 2인분씩 20인분 어치 주문할 경우 36만원이다. 여기에 소주 5병, 맥주 10병(병당 5000원)을 곁들이면 7만5000원이 나온다. 식사로 된장 밥(5000원) 10인분까지 5만원을 더하면 회식비로 총 48만5000원이 든다.
삼겹살집보다 가격대가 낮은 편인 중국집도 만만치 않다. 세종의 한 중식당에서 함께 먹을 요리 4개(탕수육·양장피 등 각 4만5000원)를 주문하면 18만원이다. 역시 소주 5병, 맥주 10병(병당 5000원)을 곁들이면 7만5000원이 나온다. 짜장면(1만원) 10인분 어치 10만원을 더하면 35만5000원꼴이다. 중식당 대표는 “저녁 모임은 최소한 잡아도 1인당 3만~4만원 나온다. 요리에다, 고급술까지 더 시키면 5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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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른바 3대 '회식 물가'로 불리는 외식·주류·택시비가 일제히 급등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까지 전체 평균을 30개월 연속 웃돌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0월 서울 기준 비빔밥 한 그릇 가격은 1만577원, 냉면은 1만1308원이다. 둘 다 올해 처음 1만원을 넘겼다. 삼겹살도 1인분(200g) 기준 1만9253원이다. 1만원 아래로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칼국수(8962원), 김치찌개 백반(7846원), 짜장면(7069원) 정도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임대료는 물론 각종 공공요금과 인건비, 원부자재비까지 일제히 오른 영향을 외식 물가가 고스란히 흡수했다”며 “외식을 비롯한 서비스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있는 만큼 특히 직장인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술값도 많이 올랐다. 11월 기준 소주(외식)는 지난해 9.7%, 올해 4.7% 올랐다. 맥주(외식)도 지난해 9.4%, 올해 5.0% 각각 올라 비슷했다. 최근 소주·맥주 업체가 잇따라 출고가를 올린 데다 식당 마진까지 붙어 ‘소·맥(소주+맥주)’ 가격이 1만원을 넘는 경우가 늘었다. 직장인 이모(3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만 해도 회식 때 술값 걱정은 안 했는데, 이제는 밥값보다 술값이 더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택시비는 11월에 1년 전보다 20.7% 급등했다. 서울시가 올해 2월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린 영향을 받았다. 할증 시간이 오후 10시로 당겨져 체감 인상 폭은 더 크다. 일부러라도 회식을 1차만, 오후 10시 이전에 마치는 경우가 많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송년회 문화가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이 위축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회식 3대 물가가 크게 오른 영향까지 겹쳐 송년회 문화는 한결 가벼워졌다”고 분석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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